농경지 리모델링, 콘크리트 구조물 그대로 파묻어
23일 오후 구미 해평면 낙동강사업 26공구 인근 농경지. 덤프트럭이 낙동강에서 파낸 흙과 모래를 쉴 새 없이 퍼나르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흙과 모래가 옛 농경지를 뒤덮고 있었다.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 주변에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한창인 것이다. 하지만 이 농경지 리모델링사업 현장에서는 교량을 비롯해 농로, 수로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흙과 함께 묻히고 있었다.
폐콘크리트를 불법으로 매립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4대강 사업장에는 예외였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침을 통해 콘크리트 구조물 매립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두 부처의 '4대강 주변 농경지 리모델링사업 통합시행지침'에는 '파손되지 않은 콘크리트 수로 및 농로 포장 구조물 등을 현 상태로 매립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부 지침으로 4대강 사업장의 침수 및 생태교란과 함께 수질과 토양오염 등 또다른 환경재앙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일단 교량과 수로 등을 매립한 뒤 토양오염 조사를 통해 오염이 확인되면 철거작업을 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전문가들은 교량과 농로, 수로 등을 그대로 농경지에 매립할 경우 각종 유해성분이 흘러나와 토양이나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교량 및 수로를 매립하면 집중호우 시 침수피해까지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순 구미 도개면 낙동강살리기사업 32공구 내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무더기로 매립돼 말썽이 됐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현장에 있던 2동의 축사 철거를 맡은 업체가 건물을 철거하면서 석면이 다량 포함된 9t가량의 슬레이트 지붕을 지정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현장에 무단 매립했다가 한국농어촌공사 구미지사에 적발됐다. 구미지사는 이 업체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묻혀 있던 슬레이트는 파낸 뒤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해 처리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 구미지사 측은 폐기물 수거업체 지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도 정작 공사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석면 무단매립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YMCA 이동식 사무총장은 "교량 및 수로 등을 그대로 매립, 장기간 방치하면 지하수 오염, 농경지 리모델링 인근 농경지 토사 유출 등으로 농작물 성장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토목 및 환경전문가들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도 "현행 법보다 중앙부처 지침이 우선할 수 없다"며 "교량이나 농로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로 매립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구미지사 관계자는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교량과 수로 등을 매립하면서 다른 물길을 내기 때문에 집중호우 시 침수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이 사업이 끝나면 토양오염 조사를 해서 오염이 확인될 경우 구조물 철거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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