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구세계육상대회] <2> 관광객 숙소 부족

입력 2011-05-20 10:48:44

개최지 '과실' 다른 곳에 뺏길 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2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를 방문할 것으로 보이지만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20일 오전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의 한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2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를 방문할 것으로 보이지만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20일 오전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의 한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2만 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대구를 방문할 것으로 보이지만 숙박시설 부족으로 대구가 경유지로 전락, 관광객을 통한 경제효과가 미미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구가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유치하고도 육상대회를 통한 과실은 다른 지역이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원하는 숙소가 없다

대구에는 비즈니스호텔이나 유스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기호에 맞는 숙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국인들이 만드는 대구 소개 잡지 '대구포켓'의 이유리(29'여) 홍보 담당은 "대회에 맞춰 해외 여행객들의 숙소 예약 문의를 여러 차례 받고 있지만 모두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세계육상연맹 관계자인 미국인 가족의 경우 대회기간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펜션을 원했지만 대구스타디움에서 너무 멀었고, 취사가 가능한 비즈니스 호텔도 없어 가족방문을 취소했다는 것. 배낭여행을 하며 육상대회기간 대구에 오고 싶다는 유럽 청년 2명의 부탁도 들어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원했다.

홈스테이도 부족하다. 대구시는 지난 3월부터 2011년 홈스테이 시민 호스트 가정을 모집했지만 두 달간 신청자는 20가구에 불과했다.

◆객실 많지만 서비스는 의문

대구시는 육상대회 때 2만3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은 사실상 모텔이 유일하다. 대회 조직위가 대회 관계자 및 선수단용으로 대구시내 주요 호텔 객실을 대부분 예약했기 때문. 조직위는 대회관계자와 선수단용으로 대구시내 호텔 19곳, 1천521개 객실을 확보했다. 전체 호텔 객실 수가 2천여 실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관광객의 호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시는 모텔 1천71곳 중 414곳을 대상으로 숙박예약센터를 통해 관광객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또 150곳을 우수숙박시설인 '그린스텔'로 지정해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 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모텔은 조식 서비스나 세탁, 외국어 통역, 관광 정보 등이 제공되지 않아 외국 관광객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취재진이 '그린스텔'로 지정된 대구시내 모텔 10곳을 돌아본 결과, 아침식사가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탁이 가능한 모텔도 단 2곳에 불과했다. 일부 업주는 대회기간 동안 '바가지'를 씌울 생각도 하고 있었다.

중구의 한 모텔 업주는 "낮에 대실 손님을 받을 수 없어 오히려 손해다. 숙박요금을 2만, 3만원 더 올려받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과실은 남들이 따먹나

숙박시설 부족에 따라 대구가 육상대회기간 동안 '경유지'에 그칠 상황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외지에 머물면서 경기만 관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 때문에 세계육상대회의 과실을 제대로 따 먹으려면 '체류형 관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대구시는 지난해 세계육상대회와 연계한 특성화 상품을 개발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일본, 동남아, 중국 등 주변 국가를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1년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고택이나 대구 인근 휴양림, 홈스테이 등 한국 문화를 알리고 접목할 수 있는 숙소를 개발해 대구에서 체류하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주희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운문산이나 비슬산 등의 휴양림 숙박시설을 활용하되, 셔틀버스 운행과 서양식 조식 제공 등으로 이동과 식사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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