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에서 추풍령의 의미는 크다. 서울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고개이기 때문이다. 또 추풍령을 넘어서야 비로소 충청도 땅으로 접어들었다는 지리적 판단이 서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충청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추풍령을 넘어서야 경상도 땅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서울 사람들은 추풍령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대부분이 '넘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장 이전이나, 근무지, 생활 근거지 등을 고려할 때 충청권까지는 그래도 양보하겠는데 추풍령을 넘어선다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NO'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추풍령을 넘으면 시골'이라는 서울 친구들의 말이 우스개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력이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벌어먹기 힘들고, 취업하기 힘들고, 아파트라도 한 채 사놓으면 1년에 수천만 원씩 뚝뚝 떨어지는 곳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를 완벽하게 입증하는 통계치가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16개 광역시'도의 지역총생산을 분석한 결과 충남이 114%나 증가,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강력히 규제하자 수도권을 떠난 기업들이 대부분 충남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꼴찌는 어디일까. 당연히 대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6.6% 성장에 그쳤다. 단순 계산을 하면 1년에 1% 남짓 증가했다는 뜻이다. 거의 정체 수준이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2009년 1인당 지역총생산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대구가 1천120만 원으로 충남 2천955만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리고 1993년 이래 줄곧 16등, 만년 꼴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이 추풍령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 위쪽으로 몰렸으니 그쪽 경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구름도 쉬어 가고 바람도 자고 가는' 추풍령이지만 사실 고도는 해발 221m밖에 되지 않는다. 이 조그만 고개가 이제는 경제적 단절의 벽이 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완벽한 실패가 아닌가. 이런 현상도 모르고 청와대에서는 오늘도 지역 경제 발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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