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D-7, 미술인도 모르는 대구미술관

입력 2011-05-19 10:41:53

착공 4년 만인 26일 문을 여는 대구미술관이 홍보 부족으로 미술인조차 개관 사실을 모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전경.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착공 4년 만인 26일 문을 여는 대구미술관이 홍보 부족으로 미술인조차 개관 사실을 모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전경.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건립 논의가 시작된 지 14년 만에야 문을 여는(26일 개관) 대구미술관이 출발부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지역 미술계 인사 상당수가 대구미술관 개관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미술관 위치, 개관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홍보가 부족한데다 입장료 부과, 개관 전시회에 대한 폐쇄적 모습 등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주의 넘어선 폐쇄성

대구 수성구 삼덕동에 자리 잡은 대구미술관은 대지면적 7만1천202㎡, 건축면적 8천808.27㎡(연면적 2만1천701.44㎡)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이다. 1997년 대구미술관 건립 논의가 시작된 후 2002년 설계를 완료하고 2007년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착공 4년 만에 개관을 눈앞에 뒀다.

대구미술관은 26일 개관 일주일을 앞두고서야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프레스 프리뷰(Press preview) 행사를 가졌다. 그 이전에는 개관 전시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기(氣)가 차다'라는 전시 타이틀만 미술전문지 광고를 통해 알려졌을 뿐이다. 지역 미술관계자 A씨는 "미술관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신비주의를 넘어 폐쇄적이기까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후발 미술관으로서 눈에 띄는 소장품도 적은데다 베일에 싸인 개관전시 내용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강한 인상을 줄지도 미지수이다. 대구미술관 홍보의 한 축인 홈페이지(www.daeguartmuseum.org)도 최근에야 오픈했지만 개관이 임박한 지금도 일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홈페이지도 아직 내용이 덜 갖춰진 상태다.

이에 대해 김용대 대구미술관 관장은 "이번 개관전에서 중요한 핵심적인 작품에 대한 내용이 마지막까지 정해지지 않아 공개할 내용이 없었다"면서 "대부분 작품을 빌려와야 하고 예산도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미술관은 개관 첫날을 제외하고 둘째 날부터 입장료 1천원을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입장료를 받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일정 기간 잔치 분위기로 무료 초청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하고 의견을 밝혔다. 자칫 문턱이 높은 미술관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는 것. 미술관계자 B씨는 "그렇지 않아도 교통이 불편해 시민들이 미술관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 찾아갔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후에 두 번, 세 번 찾아가는 미술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술인들이 '등 돌린' 미술관

지역 C 큐레이터는 "최근 만난 지역 미술대학 교수 몇 분은 아직 대구미술관의 위치는 물론 개관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이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미술계의 이목을 끌지 못한 미술관 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의 커뮤니케이션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미술 관계자 C씨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자료를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다"며 "밖으로 나오는 정보가 거의 없어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미술관계자 E씨는 "외지인인 미술관장이 폭넓은 시각을 확보하려면 지역 미술인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데 대해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공석(空席)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학예연구실장을 세 차례 공모했지만 세 번 모두 '합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대구는 물론이고 부산, 광주, 서울 등지에서 15명의 석'박사 인력이 몰렸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대구미술관은 학예실장 없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미술계 인사들은 "미술관에서 관장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이 학예실장"이라며 "수년 전부터 관장보다 학예실장을 먼저 뽑아 개관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구시에 수차례 건의해왔지만 대구시는 이를 묵살해왔다"고 했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김 관장은 일전에 "학예연구실장이 관장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격한 인물을 뽑을 생각"이라면서 "미술관은 최고 명품을 보여주는 것이 그 역할인 만큼 미술관의 격을 높이는 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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