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갖기 전 맞벌이…수입 늘리고 지출 줄여라"

입력 2011-05-17 07:34:51

결혼 3년 안에 재테크 계획 완성을…

'두 사람이 사랑을 맺어 인생의 반려자가 되려 합니다. 새 인생을 시작하는 자리를 축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청첩장을 받자마자 퍼뜩 두 가지 생각이 스친다. 하나는 내 통장에서 빠져나갈 부조금이고, 또 하나는 '이 친구 돈 좀 모아뒀구나'라는 생각이다. 결혼도 능력이다. 청첩장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결혼 자금이 어느 정도 모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재테크에서도 마찬가지. 서로의 경제적 능력을 공유해 적확한 씀씀이를 계획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 3년 안에 재테크 계획을 짜둬야 향후 30년이 편하다. 결혼식을 앞두고도 중대사에 '싼 티' 낼 필요 있냐며 '큰손'처럼 움직이다가는 수천만원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계획 또 계획'이 최선의 재테크 방법이다.

◆결혼 전 금융정보 공유하고 뛰어들어야

제대로 된 재테크를 위한 대전제는 부부 상호의 재무상태 파악이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속속들이 알수록 재테크 완성도는 높다. 얼마 전 신입사원을 꿈꾸는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1천만원 가까이 빚을 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물론 이 때문에 '청첩장=경제적 능력 어느 정도 완비'로 해석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빚을 청산하고 결혼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홑벌이, 자취 등 지출 중심 구조에서 결혼으로 지출이 줄어들 여지가 커 '윈윈 효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무상태 파악을 '민감한 부분'이라며 외면하는 것은 '빚폭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나 마찬가지다. '평생을 위한 재무설계'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빚이 있다면 빚부터 치워야 하고, 정기적 급여와 상여금'성과급 등의 주기를 알아야 한다. 수입과 지출에 대한 현금 흐름을 제대로 확인해야 장밋빛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저축 가능 액수'가 도출된다.

전문가들은 결혼 3년, 특히 자녀를 갖기 전 재테크가 청사진의 밑그림임을 강조한다. 대구은행 PB센터 이승우 팀장은 "신혼 때는 소득의 최소 60%를 저축하도록 노력하되 그 방식은 세금우대 저축 등 안정적 운영과 적립식 펀드 등 수익률 중심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NH농협 조영철 대구PB센터 팀장은 "주택 구입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하지만 자녀 교육비도 미리 계획에 넣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대학 등록금 등 교육비 상승률(연간 6~7%)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자녀 교육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수비용 재테크

결혼을 마음먹고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결혼 비용이다.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고 이것저것 듬뿍듬뿍 퍼나르다가는 첫단추부터 잘못 꿴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장만한다거나 '집안 감정 무마용' 예물'예단비용에 지출을 늘리면 십중팔구 2, 3년 뒤 땅을 치며 후회한다.

혼수품을 마련할 때는 필요한 물건을 다 사기보다는 일정한 예산을 정해 놓고 중요도 순으로 구입해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 시점에서 집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많은 손님을 치를 일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 가전제품에 목숨 거는 일은 지양하는 게 좋다. 아이를 낳게 될 경우 아이가 집안 가구나 가전을 스케치북이나 놀이기구로 생각해 흠집 내는 일이 다반사이므로 처음부터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결혼식 비용, 신혼여행 비용 등 결혼식 관련 비용도 계획 여부에 따라 크게 줄일 수 있다. '신랑이 대머리라는 것은 결혼식 당일 한 번 부끄러우면 끝이지만, 무능력한 신랑을 만나면 평생 부끄러울 일'이라는 우스갯소리와 마찬가지로 '한 번 있을' 결혼식을 위한 결혼식장과 신혼여행에 큰돈을 들이지 않는다면 5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맞벌이는 계획 지출 필수

맞벌이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수입이 두 배로 늘게 되지만 소비도 커지기 때문에 계획은 필수다. 가계부를 쓰라는 것도 이 때문에 나오는 알토란 같은 조언이다. 지출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예산을 꼼꼼히 짜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비자금 챙기려 마음먹는 순간 종잣돈 수급 계획이 뒤틀린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구나 비자금은 부부 상호 간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다. 상여금'성과급 등은 없었던 게 추가되는 '보너스'가 아니다. 정기적 급여의 일종이므로 종잣돈을 모으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10만원 안팎의 비교적 적은 금액은 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개인의 선택에 따라 목돈이 될 수도 있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게 될 돈이다 보니 용도에 따라 계좌를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활비와 재테크 통장은 반드시 분리해야 하고 투자성격에 따라 단기와 중기, 장기로 구분하면 모으는 재미가 눈에 들어온다. 장기투자용은 내집 마련 등 목돈마련용으로 투자기간과 안정성에 신경을 써야 하며, 중기투자용은 향후 자녀의 출산과 성장에 따라 양육'교육자금 등의 용도로, 단기투자용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운용하면 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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