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만·세'…인생2모작 흙에 살리라

입력 2011-05-14 07:17:45

'자연치유생태마을' 조성…영양 권용인씨, "무농약 유기농 고집"…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 자리 잡은 권용인(52) 씨는 도회지 사람들을 농촌지역으로 놀러오게 하는 데 성공한 귀농인이다.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 자리 잡은 권용인(52) 씨는 도회지 사람들을 농촌지역으로 놀러오게 하는 데 성공한 귀농인이다.
귀농 6년 차인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 이인석(37) 씨는 광주가 고향이지만 상주사람처럼 승곡리는 물론 인근 마을 내력까지 꿰뚫고 있다.
귀농 6년 차인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 이인석(37) 씨는 광주가 고향이지만 상주사람처럼 승곡리는 물론 인근 마을 내력까지 꿰뚫고 있다.

각박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귀농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4천67가구, 9천723명(가구당 2.4명)으로 전년도에 이어 4천 가구를 넘었다. 특히 경북으로 귀농'귀촌이 몰렸다. 2009년(1천118가구), 2010년(1천112가구, 2천538명) 2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귀농 모범 사례를 살펴본다.

◆"문화'먹을거리'생활의 조화"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로 귀농한 풀누리 대표 권용인(52) 씨 부부는 일반적 귀농과 달리 도회지 사람들을 농촌지역으로 놀러 오게 하자는 특별한 귀농을 꿈꿨으며 이를 성공시켜온 사례다.

권 씨는 "농촌은 그저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곳만이 아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활력을 찾도록 쉼터를 마련해 주는 것도 농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도회지 사람들이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 편하게 쉬면서 자연이 선물한 먹을거리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귀농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씨의 귀농으로 대티골은 '자연치유생태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그가 8년 전 이곳 대티골을 선택한 것은 토종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적지로 판단했기 때문.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던 1998년 발해뗏목 프로젝트를 추진해 24일간 항해하다 동료 4명을 잃고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평소 야생화와 전원생활에 관심이 많던 그가 마침내 선택한 것이 바로 귀농이었다. 권 씨는 대티골을 문화와 먹을거리, 생활이 한데 조화를 이룬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12가구가 농사를 짓고 6가구는 은퇴 노인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수십 년을 한결같이 고추농사만 고집했기에 설득이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주민들의 마음을 바꿔놓은 그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마을주민 공동사업에 착안했다. 토종산 마늘 200만 포기를 공동으로 심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납품해 고소득을 올린다. 이곳 대티골을 찾는 사람들은 들과 산에서 나는 각종 풀로 한상 가득 차린 '풀누리 소반'을 받게 된다. 망초잡채와 손두부선, 진달래 화전, 계절무침, 천마절임, 산마늘편육, 산마늘꽃쌈, 제비꽃전, 아카시아꽃 잡채, 제비꽃 쌈, 산마늘 김치, 초롱꽃 쌈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힘이 솟아나는 생명밥상들을 접할 수 있다.

황토구들 민박 9가구를 운영하면서 매출의 10%를 마을기금으로 적립, 농사를 지을 기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일정액을 기부하고 마을행사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또 생활하수를 3단계로 나눠 자연정수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08년 경북도가 지원하는 '부자마을 만들기사업'에 선정됐고, 2009년 생명의 숲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길' 공모에서 어울림상을, 환경부로부터 '우수생태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 씨는 "대티골은 아름다운 야생화가 마을을 감싸고, 사계절 빼어난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이어서 연간 1만여 명이 찾고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크고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작고 소박해도 따뜻한 사람 냄새"라고 했다.

이 때문에 권 씨의 삶은 바로 '휴'(休)다. 그는 영양의 미래는 바로 '휴'라고 단언했다. "영양이 '오지'(奧地)라 생각하는 도회지 사람들에게 이제 영양은 나를 알아가는 '오지'(吾知)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만이 농촌이 살길"

귀농 6년 차인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 이인석(37) 씨는 광주가 고향이지만 이제는 마을 내력을 꿰뚫고 있는가 하면 마을 일이라면 앞장서서 '척척' 처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상주가 고향인 아내의 권유로 봉화의 생명공동체 농사실습 1년 과정을 거친 뒤 2007년 12월 승곡리로 들어와 정착한 사례다. 귀촌지원센터 조원희 씨의 도움이 컸다.

이 씨는 귀농 후 우선 농사와 마을 사람들을 알기 위해 귀촌지원센터 무급 및 유급 사무장을 2년여 동안 맡았다. 영농 방향을 잡아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자가 영농에 나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다른 문중 땅 3천여 평을 임차해 농사를 시작한 이 씨는 3년여 만에 감나무 밭 1천여 평을 마련하는 등 7천여 평으로 농사가 늘었다. 그는 "아직 매출이 만족할 수준은 못 되지만 이웃 사람들을 얻은 게 큰 성과"라고 말한다.

이 씨는 현재 비가림 비닐하우스 등 시설을 갖추고 감'고추'토마토'호박'오이'배'포도에다 벼농사까지 짓고 있다. 이 가운데 매출이 가장 많은 것은 단연 감. 곶감으로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모든 작목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있다. 무농약 농산물을 생산한 지 3년이 지나 유기농 인증 신청을 해둔 상태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작목반'을 만들어 공동 하우스시설을 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주변의 농업인이 대부분 50, 60대이지만 친구처럼, 동생처럼 어울려 친환경농업에 매진하고 있다.

"귀농인이 아니라 현지인"이라는 말을 듣고 살고 있는 이 씨는 "친환경 농업만이 농촌이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씨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도시인의 가치관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내가 조금 손해 보고 양보한다고 생각하면 다 돌아온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앞장서야 한다"고 귀농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또 "작목선택도 미리 하는 것이 좋지만 상주의 경우 안정적인 작목인 감과 포도'배 등 특산품이 있으므로 귀농에는 제격"이라면서 "귀농인의 집이나 경북도의 농민사관학교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농촌에 장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지를 매입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면서 "욕심을 부리면 실패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시작한 뒤 여건이 되면 농지를 매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농사를 많이 지으면 쉽게 지쳐 버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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