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딴못/정태일 지음/천년의 시작 펴냄

입력 2011-05-12 07:23:19

고향 고택서 느끼는 귀향 소회, 詩心으로 풀어내

▨딴못/정태일 지음/천년의 시작 펴냄

정태일(70)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딴못'을 펴냈다. 2006년 두 번째 시집 '달과 수은등'을 펴낸 지 5년 만이다.

시인은 선대부터 6대째 살아온 고택 '월류당'(月遊堂)에 대한 40여 편의 시를 이번 시집에 묶었다. 시인의 소망을 담은 시 '세한송'에서는 '내 몸 눈 밖에 두고, 소망은 가지 끝에 매달아,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습니다. 손에 쥔 건 솔방울….' 이라고 노래함으로써 오랜 세월 일상에 지친 시인의 가슴과 이제는 '박꽃 하얗게 피어나는 오두막을 꿈꾸는' 소망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고택에 관한 첫 시 '월류당에 오시거든'에서는 '달님 놀다가는 파란 하늘 열려 있는, 만개한 배롱나무 아래, 연못 돌아, 등 굽은 다리 건너, 당신이 오신다면, 붉은 배롱꽃잎 따 두었다. 당신 머리에 꽂아 드리겠습니다. (중략) 푸른 달빛 밟고 오실, 손님, 당신' 이라고 노래함으로써 시인에게 월류당이 어떤 공간인지, 월류당에 오실 당신을 어찌 맞이할지 보여준다. 시 '상처'는 월류당 집 뒤 비탈에 비가 내릴 때 드러나는 빗길을 상처에 비유하고, 거기에 다시 피는 코스모스를 상처를 꿰매는 '바느질'에 비유하고 있다.

정태일 시인은 일생 건설현장을 지켰다. 젊었던 날 먼 데로 나가 망치와 정을 들어 건물을 지었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와 그 망치와 정으로 시어를 쪼는 중이다.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동적인 공사현장에서 고요한 집으로 돌아온 시인은 "고향에 꿈의 오두막을 짓고, 마당에 야생화와 작은 연못까지 손수 만들었다. 아침저녁 함께 뒹굴며, 텃밭에서 주고받았던 꿈의 퍼즐들, 미완의 그림들을 모아 시집을 묶었다"고 말한다.

이태수 시인은 해설에서 "정태일 시인의 이번 시편들에는 회귀와 구도의 서정이 두드러진다. 젖은 감상으로 감싸 올리는 고향과 그 정서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으며, 불심에 불을 지피는 구도에의 발길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시인은) 언제나 마음이 되돌아가 안기는 고향과 그리움으로 글썽이는 먼 기억들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고 썼다. 93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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