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짤막한 이야기들/소피 카르캥/동문선

입력 2011-05-06 15:10:01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지혜를 주는 인문학적 동화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비밀, '벽장 속의 악어'를 갖고 있다. 걱정이 있고, 질문이 있다. '난 그 애를 좋아하는데 왜 그 애는 아닌 거죠?' '그런데 아빠, 저기 높이 있는 하나님은 어떻게 생겼어요?' 등. 아이들은 이미 질문들, 비밀들에 싸여 꼼짝 못하는데도 우리는 아이들을 아직도 캐러멜을 먹는 시기로, 미끄럼틀을 타는 시기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죽음, 성욕, 우정, 돈, 슬픔과 걱정, 고독과 우의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혼과 싸움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밤이 아주 까맣지는 않은지, 어떻게 악몽을 꿀 수 있는지, 어른들이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프랑스 작가 소피 카르캥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읽었다. 이 책은 '아이의 두려움, 걱정, 호기심에 다가가기 위해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보자. 겨울잠을 자기 싫어하는 작은 곰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여름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바위들 사이로 달리기도 계속하고, 나무줄기 속으로 발을 슬그머니 밀어 넣고 벌들의 은신처를 찾아내고 땅바닥에서 구르고 싶다. 레오에게 겨울잠은 두렵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엄마 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레오를 안심시켜주고, 작은 곰은 편안하게 잠이 든다.

몇 달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레오는 엄청 자라 있다. 이야기 끝에는 부모를 위한 조언이 있다. "밤은 꼭 필요한 것이다…. 잘 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바로 이 '내면의 짧은 고립'이 성장하도록 돕는다. 자기 자신과 첫 번째로 대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용적인 지침도 덧붙인다. 잠잘 시간을 미리 알리기, 들려줄 이야기에 대해 협상하지 않기 등.

'두 집 혹은 색깔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 아빠의 이혼을 다룬다. 루이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녹색 집을 떠나 아빠가 사는 파란 집, 엄마가 사는 노란 집으로 옮겨가며 살게 된다. 루이에게 전에는 한 가지 색깔만 있었지만, 이제 두 가지 색깔이 있다.

루이는 색깔 속에서 점점 헷갈리게 된다. 파란 집에서 자신의 노란 방을 찾고 노란 집에서 한밤중에 일어났을 때 화장실로 가는 대신에 부엌 쪽으로 가는 등.

결국 루이는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이제 결코 녹색이 될 수 없고 항상 동일한 색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걸.

저자는 아이에게 '당신의 미래의 이별에 대한 소식을 알리면서 그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헛된 희망으로 아이를 달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다면서.

'바보라고 놀림받는 원숭이 보보'는 다른 원숭이들보다 조금 더 작고, 걸어다닐 때 머리를 숙였고 원숭이들의 학교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다.

보보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외로운 보보는 숲속 가장 오래된 바나나나무 맨 꼭대기로 도망간다. 아주 오래되어 이제 하나의 바나나도 달려 있지 않은 바나나 나무 위에서 보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보보의 그림은 원숭이들에게 발견되고, 음울했던 그의 그림은 원숭이들의 인정 속에서 훨씬 더 아름다워진다. 보보는 마침내 대초원에서 가장 유능한 어린 원숭이가 된다. 이제 어느 누구도 보보를 놀리지 않으며, 어린 원숭이들 각자가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된다. 이 밖에도 책은 잠과 어둠, 가족과 권위, 육체의 콤플렉스와 다름, 슬픔과 공포, 학대와 성적 학대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이와의 직접적인 대화가 어렵게 되었을 때 옛날이야기로 접근해 간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아이로부터 속내를 들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야기는 우리와 타인들 간에 다리를 세우고 우리의 작은 자아의 고치로부터 나오게 하는 것이다.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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