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영접 형식적"
울진원전이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4일 지진해일 대비훈련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해안가 주민들이 아닌 공공근로자들을 대다수 동원한데다 훈련상황과 방식도 형식적으로 이뤄져 비판을 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울진군 북면 석호항 해안가 주변. "앵~" 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위험경보가 발령되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대피소로 지정된 한수원 사택으로 내달렸다. 훈련에 참가한 노인들과 함께 뛰며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나왔으니, 돈 벌고 좋지 뭐. 벌써 세 번째 달리는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2011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상황판에는 주민과 학생 800여 명이 일손과 학업을 중단하고 해일을 피하는 훈련이었으나, 실제로는 100여 명의 주민이 그것도 해안가 주민이 아닌 일자리 창출로 동원된 공공근로 인원이 대다수였다.
정부가 애초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대테러 훈련을 갑작스럽게 울진 지진해일 대비훈련으로 변경한데다 관련 예산마저 늦게 지급해 훈련이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울진원전 1호기에서 실시된 훈련은 동해안에서 지진과 해일이 발생, 백색과 청색비상에 이어 오전 11시 35분 적색비상이 발령된 상황.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같이 원자로가 정지되고, 기기냉각해수 펌프 4대 침수, 방사능농도 증가 등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울진원전은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단계별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라 원전을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하지만 원전 부지높이인 10m보다 낮은 7m로 해일피해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훈련'이란 비판을 받았다. 또 일본 원전이 비상디젤발전기 침수로 피해가 확산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진원전은 이 같은 상황을 포함하지 않았다.
11시 40분부터 진행된 방사능오염과 부상자 제염 등 훈련도 허점투성이였다. 김황식 총리가 신속한 부상자 제염에 관심을 보이자, 울진원전 측은 "본사(서울) 방사선보건연구원에서 신속히 출동해 처리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환자 발생이 11시 35분인데, 5분 만에 서울의료진들이 울진에 도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설정이었다. 이에 대해 울진의료원 내에 있는 의료팀이 우선적으로 출동해 처리했다고 울진원전 측이 부연 설명했으나, 실제 울진의료원은 방사능 전문인력과 전문 기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
훈련에 대한 평가단 구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민간 전문가 등은 모두 배제한 채 정부 관련 인사들로만 구성해 평가 자체를 무의미하게 했다.
강덕구 울진원자력본부장은 "원전 운영의 1순위는 안전"이라며 "이번 훈련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평가단 구성문제는 개선해 나가겠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운영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무총리 등 고위참관단을 위한 보고와 영접을 위한 자리였던 것 같다"며 "훈련이 국무총리 동선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실질적인 훈련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훈련은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목적은 뒷전으로 밀리고, 고위참관단들의 영접자리로 변질됐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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