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학력보다 능력

입력 2011-05-06 07:13:36

한글을 깨치지 못한 까막눈으로 '가방끈'이 짧아 설움을 당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식세대에게만은 그 설움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벌어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등을 자랑하고 있다. 대학을 못 나왔다는 콤플렉스 때문인지 우리 주변에는 유독 주부대학, 노인대학 등 '대학' 간판을 내건 대학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을 학구열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름 아닌 학벌 때문에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보자는 것으로 보는 편이 차라리 맞을 것이다.

짧은 가방끈과 무일푼의 막노동으로 시작해 굴지의 기업을 이뤘다는 기적의 성공신화는 이제 낡은 위인전집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속도는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특히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용역 그리고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는 '오프쇼링'(offshoring)이 일반화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대부분 저학력을 지닌 공장 노동자들이다.

오프쇼링이 확산될수록 국내 저학력 노동자와 고학력 노동자의 임금 격차의 틈이 더 크게 벌어진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단순 노동이 넘어가면서 저학력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반대로 고학력 근로자들의 몸값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규정을 없애고, 공공 부문에서 '학력 차별 완화를 위한 학력규제 개선방안'을 도입했지만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겨울 서울의 한 대학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들에게서 시작된 농성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했다.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으려는 집단행동에서 수년 동안 법정 최저임금을 받으며 무보수 시간외 노동까지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년 단위 용역 재계약으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학력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의 인상은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성'저학력'고령'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들에 대한 차별도 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악순환을 뿌리뽑고 학력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고 과제이다.

최중근(구미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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