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古書의 보고…"활용 잘하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
"고서(古書)는 문화 창조의 원천입니다. 문화융합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고서가 더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고서를 잘만 활용하면 문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사)한국고서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민철(57) 신임 회장. 그는 대구가 고서의 수도라 할 만큼 고서가 풍부해 고서에서 지역 문화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8년 안동에 묻혀 있는 이응태 관 속에서 430년 만에 '원이 엄마'의 사부곡 편지 한 장이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이 한 장의 편지로 소설과 오페라까지 탄생했잖아요.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는 고문서 제작의 중심이 경상도라고 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의 영남학맥이 경북을 중심으로 형성돼 계승해 오면서 전국 유가서 50%가 경상도에서 발행됐고 현재 보유 잔량도 경상도가 최다라는 것. 또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되어 오다 소실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고려시대 초조대장경판도 인쇄문명의 발상지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고서방 회원사 44곳 중 대구에만 16곳이 있어요. 총 장서량도 병서, 의서, 철학서, 점술서 등 20만 책이 넘고 대구는 7만~8만 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구가 고문서의 본고장이지만 대구시는 고문서를 발굴해 보존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경산'밀양'성주'거창 등 중소도시조차 예산을 편성해 고문서를 구입해 보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 특히 그는 지역의 풍부한 고문서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고문서박물관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고서협회는 세계골동품서적상인연맹(ILAB) 가맹단체에 가입돼 있어요. 회원국 23개국에 회원 수만 2만여 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ILAB 북페어를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어요. 국가 지원이 전혀 없어서 말입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ILAB 북페어가 열리면 국가가 행사 경비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해 실물자유화가 돼 있지 않아 애로가 많다는 것. 해외 북페어 행사에 우리나라 비지정 문화재의 반출이 안 돼 한국의 뛰어난 인쇄술 등을 해외에 홍보조차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서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협회 홈페이지에 고서만을 취급하는 인터넷 상점을 개설하겠다고 했다. ILAB 회원국들도 자유로이 고서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매매를 한다. 그는 이렇게 되면 세계 고서점 간 서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서협회는 작년 봄에 봉산문화회관에서 고문서 매매 대신 회원마다 문화원천을 5점 이상 출품해 순수하게 보여주는 전시회를 처음 개최했다. 그는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올가을에도 이런 순수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문서는 가짜가 없는 게 특징이죠. 단지 감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죠."
한국고서협회는 감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교수 자문위원을 구성해 학계와 교류를 하면서 고서방 회원들의 자질도 전문가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한국고서협회가 한국 유일의 고서전문단체인데도 고문서 감정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는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고서감정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협회 창립 23년 만에 2009년 사단법인화 작업도 끝냈다.
대구에서 고서방을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 그는 고서의 양성화를 위해 대구에서 고서경매장을 처음 개장한 장본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경매를 열어 지금까지 78회 고서경매를 실시했다.
"조선 개국 후 첫 금속활자본인 '개미자본' 실물이 경주 양동마을에 소장돼 있던 것을 찾아 2005년쯤 위탁경매를 통해 국립박물관에 납품, 영구보관하게 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그는 음지에 방치돼 있는 고서의 보존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 칠곡 석전마을에 사는 경기도 광주 이씨 종손이 소장하고 있던 문익공과 이원정공이 쓰던 옥자매를 비롯해 상아홀, 은장도, 상아호패 등 신상용품과 승정원 1기 사초 100여 권, 3대 문집 500여 권, 5대 교지 300여 권 등을 일괄 기증처리하기도 했다는 것.
"대구는 고서의 보고입니다. 이런 자료를 발굴해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치면 훌륭한 문화로 재창조됩니다. 풍부한 고서를 잘 활용해 문화자원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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