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씀씀이가 남다른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 회원 중 한 분이 운영하시는 가게에 잠시 들렀다. 가게가 조금 휑해 보여서 요즘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내 질문에 가게 운영이 잘 되지 않아서 하던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입이 줄어들어 고민하다가 애들 둘이 다니던 학원을 끊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애들이 학원 안 가니까 더 좋아하더라. 지금까지도 학원 보내달라는 소리를 안 한다"고 말하며 웃으시는데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우리 회비를 좀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내 가슴을 참 짠하게 했다.
"내가 처음 회비를 낼 때 가게가 문 닫으면 그만 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녹색소비자연대 회비를 어떻게 끊습니까! 아직은 괜찮아요."
우유 영업소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남들이 잠자는 새벽 1시쯤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보통 정오를 넘겨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잠을 청하는 모양이다. 늘 피곤해 보이는데도 이 친구가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밤새 일을 하고도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부터 밤까지 우유 배달 오토바이에 반찬을 싣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배달해 드린다. 물론 크고 작은 후원활동도 열심이다. 피곤해 보여서 괜찮으냐고 물으면 늘 웃으며 별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주변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면 대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힘든 와중에도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믿음을 가진 공생의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다. 이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유한 이들의 자발적 연대가 지역에 숨구멍을 틔우고 웃음기를 가시지 않게 만들고 있는 힘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가난하지만 나누는 이들의 연대에 지역이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부자들이 자진해서, 그러니까 사회적 지탄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와 나눔의 등식은 묘한 반비례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대구는 어떨까?
대구시에서는 2007년부터 스타기업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의존의 산업구조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을 육성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은 참신하고 좋은 발상이다. 스타기업을 육성해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매출을 신장하겠다는 것인데 나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대구에는 대구시민이 키운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기업은 전국적으로 성장했지만 결국 죄다 무너지고 말았다. 위기일 때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기업을 회생하려는 이벤트를 벌인 기업도 있었지만 결국 무너졌다. 지역 대표 기업들이 무너진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나눔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지역으로 환원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의미다. 기업이 성장할 때는 모르지만 위기일 때는 결국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을 통해 수입을 환원하고 기업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의 비전을 나눠 온 기업이라면 지역민이 발 벗고 나서서 기업을 회생시키려 할 것이다.
대구시가 육성하려는 스타기업의 덕목에 지역 환원과 나눔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대구에서도 나눌 줄 아는 부자가 나오고 지역이 사랑하는 기업이 탄생하면 좋겠다. 아무리 부자라도 마음이 가난하면 쪼들릴 수밖에 없다. 가난해도 마음이 부유하면 넉넉하다. 막연히 부자가 들어오면 우리 마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부자가 들어오면 동네 인심만 흉흉해지는 경우도 많다.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위기감이 높을 때가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들이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대구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지역을 살리는 정말 부자(기업)를 함께 키워가기를 기대해 본다.
안재홍(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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