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과 업무 조율, 조직위 '글로벌 창구' 역할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앞장서 뛰고 있는 외국인이 있다. 2011 대회 조직위원회 국제협력관(국제협력팀장)인 제리 링(34)이다. 언뜻 보면 한국 사람인지 외국인인지 바로 알아채기 힘들지만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면 약간 어눌한 한국말 때문에 외국인임을 알게 된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싱가포르 국립신장재단에서도 일했던 그는 모험과 여행을 즐겨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니다 2004년 10월 한국에 오게 됐고, 아예 직장까지 구해 정착했다.
그의 한국 첫 직장은 세계태권도연맹. 이곳에서 4년 정도 일하며 베이징올림픽 등과 관련해 반도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각국 태권도 연맹과의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2011 대구 대회 조직위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대구로 오게 됐다.
그의 주요 업무는 조직위와 세계육상경기연맹(IAAF) 등 관련 기관 간의 '창구' 역할이다. 조직위와 이들 기관 사이에 주고받는 각종 영문 자료나 보고서 등을 검토, 감수하고 실사 등 각종 국제 행사의 자료 준비와 발표를 맡고 있다.
그는 "여러 면에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특히 IAAF 및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 일하면서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장인들과의 만남이 늘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곤란하거나 힘든 일도 적잖다. 영어는 '직접적인' 언어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만 한국어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뉘앙스는 물론 앞뒤 상황과 관계, 입장 등을 다 감안해서 이해하고 들어야 해 쉽지 않다는 것. 또 문제가 있을 경우 한국은 보고서 작성 등 절차를 밟은 뒤 해결하지만 외국에선 그 자리에서 바로 문제를 처리한 뒤 보고하는 등 일하는 스타일도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는 "주 업무가 외국과 한국(조직위) 사이의 중재 역할이다 보니 언어나 일 처리 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중간에 끼여 곤란을 겪거나 일 처리에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는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대구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일할 수 있어 좋고 즐겁다는 것. 그는 "가끔 힘든 일도 있지만 기쁜 순간도, 힘든 순간도 함께 헤쳐나가며 동료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등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인상적인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면 한국, 대구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고 다른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때도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한국인은 아니지만 현재 목표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회 때 관중으로 꽉 찬 대구스타디움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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