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경산 경계 지점을 조금 지나면 남산면 상대리에 삼성산(三聖山)이 있다. 경산에서 태어난 3성현(聖賢)인 원효와 설총, 그리고 고려시대 승려인 일연(一然)의 높은 얼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얼마나 경사스런 일이 산처럼 많았으면 '경산'(慶山)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옛 압독국의 영예를 간직하고 있는 자랑스런 도시다.
요석 공주와의 인연이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기 때문일까, 그 3성현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원효 대사다. 3성현 중의 한 분이자 한참 고향 후배인 일연이 삼국사기에 대사의 모습을 멋들어지게 기록해 놓았다.
"원효는 이미 계율을 범하여 설총을 낳은 이후로는 속인의 복색으로 바꾸어 입고 자칭 소성거사(小姓居士)라고 불렀다. 그는 광대가 가지고 노는 큰 박을 얻었는데 그 모양이 이상하였다. 그 형상에 따라 중들이 쓰는 도구를 만들고 무애(無碍'일체 거리낄 것이 없다)라 이름 짓고 이에 노래를 지어 세상에 퍼뜨렸다.
언제나 이것을 들고 수많은 촌락을 돌아다니며 춤과 노래로 교화를 시키고 돌아오매 오막살이 가난뱅이와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죄다 부처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모두 염불 한마디는 할 줄 알게 되었으니 원효의 교화야말로 컸던 것이다. 자칭 원효라고 부른 것은 부처님의 광영이 처음으로 번쩍인다는 뜻이다. 당시 사람들은 우리나라 말로 '첫새벽'이라 불렀다."
원효 대사만큼 곳곳에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인물도 없다. 경주 분황사를 비롯하여 포항 오어사, 대사가 중창했다는 반룡사, 요석 공주와 인연을 맺기 위해 물에 빠졌다는 월정교 터는 기가 막히는 이야기 보따리다.
경북도는 어제 도내에 흩어져 있는 원효 대사의 유적을 모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하고, 원효 대사와 함께하는 '구도의 길'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원효 대사가 지나온 흔적을 찾아 각 유적지에 대사 이야기판을 설치하고 유적지 주변에 원효 대사가 실제 다니던 길을 발굴해 자연 그대로 걸을 수 있도록 구도의 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없는 얘기도 꾸며내는 세상인데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 인물을 이제야 제대로 복원한다고 하니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아무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사적인 인물이 원효가 아닌가. 스토리 구성에 만전을 기해 세계적인 인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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