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농촌 희망찾기] 다시 보자 팔공산, 가꾸자 금호강

입력 2011-04-19 07:18:39

팔공산은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자랑이자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산이다. 1,192m의 비로봉, 동화사, 갓바위, 기암과 계곡 등 볼거리가 즐비하고 왕건, 견훤, 신숭겸 장군의 전투 등 우리 역사를 담고있다. 동화사, 파계사, 은해사 등 소중한 사찰과 불교문화 유적이 있어 전국적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내려다보이는 금호강의 절경과 강변 생태공간, 둔치의 여유로움은 대구시민의 쉼터이자 세계적인 명승지다. 가까이 있는 팔공산과 금호강을 왜 세계적 관광지로 인식하지 못했을까? 최근 지역의 명산인 팔공산을 재발견하고 산에 녹아있는 가치를 새기며 대구의 브랜드를 높이자는 학계의 시도에 찬사를 보낸다.

세계적 관광지로 팔공산 주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변 농업'농촌환경을 연계한 관광농업벨트를 조성해야한다. 최근 관광농업, 도시농업이 각광을 받고 도농상생의 개발전략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팔공산과 금호강을 연계하여 '그린관광휴양 네트워크'를 주장하기도 한다. 명칭이 어떠하든 팔공산과 금호강을 주변 농업 및 농촌과 연계하여 종합 관광농업벨트로 개발해야 한다.

250만 대구시민도 30분 거리에 있는 팔공산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워싱턴 D.C.에 소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가끔씩 근교로 등산을 갔다. 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를 달려가야 한다. 두 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한 산도 팔공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그만 산이지만 그래도 등산했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산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팔공산 주변을 관광농업벨트로 개발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대구시와 경북의 품격을 크게 높일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농촌개발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과거 접근 방식은 농산물생산 중심으로, 품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여 비싼 값에 팔아 농가소득을 증대하는 방식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서 1990년대까지 이어온 농업정책방향이었다. 2000년대 이후 농업과 농촌 정책방식이 전환된다. 농촌지역과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관광, 오락, 휴식과 연계한 농촌개발을 강조한다. 농촌공간이 농업인의 일터를 넘어 국민의 삶과 휴양 공간, 산업이 조화된 복합정주공간으로 변모한다.

명산 주변을 농촌개발 방식으로 추진하여 성공한 사례로 일본의 구마모토현 아소산 지역개발이 있다. 아소군 지역 방문객의 3분의 2가 아소산 등산객이다. 단순히 산을 보기 위해 온 관광객은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관광객과 지역경제 연계방안이 필요했다. '지나가는 아소가 아닌 머물고 가는 아소' 전략을 추진하였고 지자체가 공동출자하여 아소지역진흥 디자인센터를 세우고 숙박, 건강, 판매, 전시 시설 등을 설치하여 등산 이외 다양한 관광수요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지역 브랜드가치가 높아지며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었다. 일본의 국가재정경제자문회의가 농업과 관광을 향후 일본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 규정한 것도 농업과 농촌개발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결과이다.

둘째, 도시민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휴양과 관광 욕구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도시생활에 찌든 시민의 휴양지로 산과 강이 어우러진 팔공산과 금호강이 제격이다. 최근 음식도 패스트푸드를 탈피하여 슬로푸드가 유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민도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걸으며, 천천히 살고자 하는 '슬로 라이프'가 유행한다. 일본의 아소지역도 관광증대를 위한 '슬로 아소' 이미지를 강조하여 지역 브랜드가치를 크게 높였다. 팔공산과 금호강을 관광 농업과 연계하면 도시농업을 구현하고 푸른 대구를 앞당길 수 있다. 도시빈터, 건물옥상, 학교 운동장, 아파트 거실과 발코니 등 각종 도시공간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을 추진하자. '전통 도시농업'을 넘어 금호강과 팔공산을 활용한 '거대 도시농업'을 개발하자. 도시의 기온을 낮추고 소음도 줄여주며 도시민의 정서함양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될 것이다. 오는 8월에 세계 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개최된다. 여름철 무더운 날씨로 알려진 '더운 대구'가 아닌 '시원한 대구' 이미지를 구축하자.

셋째, 팔공산과 금호강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산을 지니고 있어 세계적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대구 하면 사과"로 알려진 대구사과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팔공산 자락 동구 평광동은 사과단지이자 사과역사가 시작된 곳이며 지금도 '80살배기' 사과나무에 '홍옥'이 달린다. 지난 1900년 미국 선교사가 정원수로 가져와 심은 사과가 100년이 지나 올해 미국으로 첫 수출된다. 1960년 약 9천㏊에 이르던 대구사과 재배면적이 이제는 143㏊에 불과하다. 면적은 줄었으나 사과 역사와 문화, 전통은 살려야한다. 사과음식과 사과노래를 만들고 사과축제를 개최하여 문화도시로서 품격을 갖추자. 명산과 절경, 역사와 문화를 가진 팔공산과 금호강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하여 지역의 품격을 높이자.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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