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생활] 하이브리드 건축

입력 2011-04-19 07:46:53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우리는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단어로 표현한다. 이종, 혼성, 혼합의 의미에서 이제는 다원성, 또는 사회적 통합 코드로까지 발전해 오고 있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휴대폰에 MP3나 고화질의 카메라가 장착되는 건 이제 일상사의 예처럼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건축 또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세계의 여러 민족과 사회적 집단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집을 지어 왔다. 그곳에는 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이상적 모형이 있고 그들에게 주어진 조건이 있으며, 그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전수 발전되는가 하면, 강제로 억제되기도 하였다. 뉴욕 타임스의 토마스 L 프리드먼 기자의 '세계는 평평하다'는 저서에서처럼 일상의 정보가 바로바로 연결되는 평평해진 오늘날의 세계에 있어서는 각자 고유한 형태의 주거 모습들이 조금씩 서로 상호작용에 의하여 변화해 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전통 주거의 모습이 국적 불명의 아파트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세계 각국의 문화는 서로 서로 조금씩 닮은 듯 바뀌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경주의 라궁호텔에서 시작된 한옥의 현대화 작업은 각종 공공시설의 발주와 최근 북촌 한옥의 변화해 가는 모습에서 우리 전통 한옥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생활의 편리성이 더해진 그야말로 건축에 있어서의 하이브리드 한옥이 등장하고 있음은 우리 한옥 현대화의 진일보라 아니할 수 없다.

한옥의 켜는 외부공간을 사이에 두고 내부공간이 있어 자연 일체형 공간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공간이지만 복합용도인 마당을 두고 각 방이 있어 마당은 거실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한옥은 재료의 특성상 나무와 흙으로 이루어져 살아숨쉬는 자연의 일부인 한 그루 나무와도 같다. 아파트의 발코니와 같은 기능의 툇마루 창을 열고 지금도 대청마루에서 맞이하는 한줄기 바람은 자연의 공기를 유입하는 것으로 친환경 건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여름날 더워진 마당의 공기는 위로 상승하고 후원의 시원한 공기는 자연스레 대청을 통하여 마당으로 빠져 나가는 원리는 그 어떤 에어컨 바람과도 비길 바 아니다. 또한 한옥의 구조상 겨울철 추위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바닥 벽 천장의 각 요소 요소마다 첨단의 단열기술 적용으로 열손실을 방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청의 한가운데도 온수 파이프를 설치하여 난방을 함으로써 고유한 외형을 유지하면서 여름과 겨울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 한옥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생활환경의 변화를 수용한 새롭고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에너지 절약 및 냉난방을 편리하게 추구한 각종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지금 여러 분야에서 실험되고 있다. 특히 최근 팔공산 도학동의 신한옥 실험주택의 기공과 그것이 가져올 각종 실험의 결과는 향후 우리 한옥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향후 한옥이 우리시대 최고의 창의력이 집중되는 거대한 실험의 장으로 변화해 감을 알 수 있으며, 새로운 공간과 재료의 이종 결합에 의한 하이브리드 건축으로의 진화를 통해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녹아든 신한옥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구시건축사회 부회장 최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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