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족' 대신 '국민'의 다문화사회

입력 2011-04-18 10:50:36

앞으로 군의 임관 선서 등에서 민족이란 단어가 사라진다. 대신 국민이란 단어로 대체된다. 장교 임관 선서와 병사 입대 선서의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를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로 바꾼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현역병 복무에 따른 조치다. 한민족이란 개념을 지닌 민족보다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국민이란 표현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이유에서 취한 조처다.

병무청은 외관상 명백한 혼혈인을 제2국민역으로 편성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전원 징병검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토록 병역법을 개정해 올 1월부터 시행 중이다. 현재 아시아계 다문화가정 출신 100여 명이 군 복무 중이다. 국민으로서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군의 이번 조치는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시의 적절하다.

한국 속의 다문화가정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도 계속 늘어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13만여 명으로 총 인구의 2.3%에 이른다. 중국계 조선족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에서부터 미국, 아프리카인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 중 한국 국적 취득자는 9만 6천여 명에 불과하다. 정착보다는 임시 거주 성격이 강하다. 이런 형편에는 본인들의 사정이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전한 외국인 배척도 한몫을 한다.

다문화사회는 이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문화가정 사람들 중에는 공기업 사장에서부터 공무원 도의원 교사 등으로 주류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이도 적잖다. 그러나 국적과 무관하게 상당수는 일용직 근로자다. 고된 노동에도 저임금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민족 대신 국민이 현실적 타당성을 얻는 지금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 많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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