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대구는 대한민국 경제에서 소외된 '외로운 섬'이 돼버렸다. 대구에 사는 사람은 알고 있다. 대도시, 덩치만 컸지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고 있다. 활기찬 한국경제호(號)에 편승하지 못하고 이탈돼 저 혼자 굴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경제 통계치만 나오면 예외 없이 전국 꼴찌 수준인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젠 이골이 났다.
뻗어나는 도시들과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오히려 조용한 도시, 정지된 도시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무기력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장 유력한 도구가 바로 '국제 신공항'이었건만 이마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흐지부지되는 바람에 지역민들은 뻥 뚫린 가슴으로 하루하루 분노를 삭이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남의 생사(生死) 문제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 같아 더욱 괘씸하다.
엊그제 속 터지는 통계치가 또 나왔다. '월드 클래스(world class) 300'이다. 지식경제부가 2020년까지 세계적 전문 기업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중점 지원, '중견기업'으로 키운다는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마감한 지식경제부의 '월드 클래스 300' 공모에 전국 148개사가 지원했는데 대구는 고작 9개사에 불과했다. 관심이 없거나 기업이 사전 준비에 태만해서 지원이 저조한 것이 아니다. 대구시의 분석을 들어보자.
시는 "공모 신청 기업들은 2010년 기준 매출액 400억 원 이상~1조 원 미만, 매출액(최근 3년) 대비 R&D 비중 2% 이상 또는 연평균 매출액(최근 5년) 증가율 15% 이상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준에 부합하는 대구 기업 수는 90여 개에 불과하며 이번에 공모한 9개 기업은 그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라며 스스로 대구 경제의 자화상을 드러낸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시티에 이 정도 수준의 기업이 9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대구 경제의 참상, 그 자체가 아닌가. 이런 인프라 구조로 지역총생산(GRDP)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덤벼들었으니 그야말로 숲속에서 물고기(魚)를 찾는 격이다. 대구가 얼마나 배가 고픈지, 그리고 신공항이 왜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통계 수치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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