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편하고, 밉지 않으면 그게 예법이지요
차(茶)를 마신다는 것은 교만하지 않고, 아첨하지 않으며, 남을 공경하고, 예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더불어 찻잔 속에 자기의 모습을 비춰보며 그 향기와 맛을 음미하면 스스로 고요해질 수 있다. 자신의 평상심을 고요히 찾아가고 있는 녹지원 다례모임을 찾았다.
◆녹지원 다례모임
"차는 내가 편안하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드세요. 그게 진정한 다례겠죠."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수도암. 김재순 (사)우리차문화연합회 녹지원 원장과 수도암 승원 주지스님, 회원들이 둘러앉아 다례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 모여 앉아 차 마시는 것이 이젠 제법 생활 속에 젖어들었다.
'지나가는 길손은 누구나 쉬어가라'는 취지로 모임을 만든 수도암 요사채에는 경건한 노랫소리와 함께 차 향기가 흘러 넘쳤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류경국(28'여) 사범이 손님을 맞아 향기 그윽한 녹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회원들도 다례에 맞게 차를 음미하며 차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곽민정(53'여) 씨는 "차를 마시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으며 차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다들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우리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차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차 인구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곳. 차를 가르치는 사범 수도 많다. 류 사범은 "사실 다례는 엄격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라 차 사범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며 "차는 격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즐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깰 것"을 주문했다.
커피 등 인스턴트 문화에 젖은 젊은이들의 차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오늘 다례모임에 처음 왔다는 김만경(28'대학생) 씨는 "커피 등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차를 통해 명상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는 기호음료예요. 모든 사람이 의식다례를 할 필요는 없어요. 여건이 안 되면 따뜻한 물을 담은 머그잔에 녹차 잎 몇 잎을 띄워 마시면 돼요."
김 원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차를 즐기는 법을 가르칠 것을 권했다. 어릴 때부터 차를 마시면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요즘 유치원에서 다례를 가르치는 것이 반갑다.
'편안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의 차 마시는 법을 익혀두면 좋다. 김 원장은 형식을 갖춘 자리라면 '남들이 보기 편한 자세'로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했다. 잔을 잡을 때는 겸양의 의미로 한 손으로 찻잔을 받치고 나머지 한 손으론 찻잔을 조심스레 감싼다. 이때 찻잔의 입술 닿는 부분에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소리 내지 않고 마시는 것은 기본이다.
차를 우려낼 때 물 온도는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녹차는 70℃, 작설차는 80℃, 보이차는 열탕에 한 번 우려낸 후 마시면 좋다. 우리 녹차는 약간 미지근한 물에 우려내 마셔도 좋다. 찻물은 돌에서 솟아나는 석간수를 최고로 치지만 구할 수 없으면 생수를 이용해도 된다. 수돗물을 쓸 경우 하루 가라앉혀 냄새를 없앤 후 마시는 것이 좋다. 녹차에 막 봉오리를 터뜨리려는 매화꽃을 띄우면 진한 매화향기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속에서 피어나는 꽃잎을 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밥 지을 때 말차(沫茶'녹차 가루로 탄 차)를 섞어 넣으면 차 맛까지 느낄 수 있어 좋다.
차를 따를 때는 잔의 7부 정도 따르면 된다. 차 주전자의 높이는 찻잔 하나 정도의 높이로 띄우면 된다. 이 정도 높이가 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고 덤으로 찻잔 속에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다가 이제 차를 그만 마시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찻잔을 차 받침 위에 엎어두면 된다. 또는 찻잔을 원래 자리에서 물리는 것도 예의에 맞다.
녹지원에서는 매주 화'목요일 낮 12시에 다례반,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낮 12시까지 사찰음식 강의가 열린다.
문의:016-9611-4759.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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