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추구하는 공연문화도시는 빛좋은 개살구. 문화 패러다임을 바꿔
"현재 대구시가 추구하는 '공연문화도시'는 '빛 좋은 개살구'죠. 문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꿔야 합니다."
(사)대구소극장협회 이상원 회장(극단 뉴컴퍼니 대표)은 작심한 듯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서슬 퍼런 비판을 했다. 단순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 등에 관객이 몇 명 왔느냐는 식으로 공연문화도시의 잣대를 정하면 부산이나 광주, 대전, 경기도 성남, 고양 등 전국 주요 도시 모두가 문화도시라는 것이다.
단순히 외국 라이선스를 통해 수입한 대형 작품을 공연하면 흥행하지 않는 지역이 없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문화도시가 하루아침에 되겠느냐는 인식이 많지만 그런 패배주의적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해요. 이런 생각들로 수십 년을 보내왔잖아요."
◆분배식 지원 그만 해야
대구시가 지금까지 문화계에 지원하는 금액은 만만찮다. 시(市)가 공연장이나 대구문화재단 등을 통해 한해 수십억원을 지원해 왔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흥행한 작품이 없다는 것. 이는 결국 문화공연 지원이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없이 뒤섞여 있고 마치 각 단체에 분배하듯 이뤄졌기 때문이란다.
"대구 기업 중 유망한 기업을 '스타 기업'이란 이름으로 육성하듯 공연계에도 그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 극단이나 스타 예술인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야 발전이 있죠. 특혜 의혹이 겁이 나서 몇십년 동안 지원금을 각 단체에 찔끔찔끔 나눠주다 보니 아직 뚜렷한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문화도 산업이라는 인식을 하고 가능성이 있는 좋은 작품이 눈에 띄면 다년간 과감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시야를 서울 아닌 해외로
이 회장은 서울만 쳐다보지 말자고 했다. 서울이 목표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물론 서울이 문화적으로는 대구보다 앞서지만 서울 또한 외국에 공연 시장이 점령된 수준이다. 현재 서울 공연시장의 70~80%가 외국 작품이 점령하고 있고 자체 제작 공연콘텐츠는 손꼽을 정도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모델을 서울로만 잡는다면 결국 서울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했다.
"앞으로 공연은 국가가 아닌 도시 간의 경쟁이죠. 해외 공연시장 진출에 좀 더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해외 진출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합니다. 만약 대구산(産)이 해외에서 성공해 서울로 역수입된다면 지방 작품이라는 홀대가 사라지고 작품으로 평가받겠죠."
◆서울에 대구전용관 지어야
이 회장은 대구에 뮤지컬전용극장 등 공연장을 짓는 것보다 서울 지역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 등의 작품을 들고 서울에서 공연하려고 하면 대관료가 너무 비싼데다 갖가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했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가 대구산으로는 최초로 서울에 진출했지만 여러 어려움이 많았어요. 서울에 대구예술전용관이라도 있다면 대구 작품을 '쇼케이스'(showcase'홍보를 위한 특별 공연) 개념으로 공연하면 별 어려움 없이 서울 기획사들도 관심을 둘 것이고 서울이나 해외 진출에도 좀 더 유리합니다.
대구팀에 대관료도 크게 할인해주면 서울 진출이 더욱 쉬워질 겁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대구가 공연문화도시라는 것을 외부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밖에서 대구를 공연문화도시로 인정해야 진정 공연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도 변해야
올해로 5회째를 맞는 DIMF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5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거쳤는데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서울 등에서 공연을 들여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어차피 외지 작품을 들여오는 것은 DIMF가 아니라도 지역 기획사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죠. 대구의 뮤지컬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죠." 이 회장은 DIMF만의 색깔을 가지려면 운영을 예술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천연극제나 거창연극제 등을 봐도 책임자들이 모두 예술인이라는 것이다.
◆극단 너무 많다
대구 연극계에 대한 자성 섞인 비판도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극단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구연극협회에 등록된 정회원 극단 수는 13개이고 미등록 극단까지 합치면 21개에 이른다. 대구 극단 중에는 대표만 있는 1인 극단이나 문화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극단도 적잖다. 이는 결국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 "성의 없이 제작하면 작품성은 떨어지고 관객들은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는 극장을 찾지 않게 되고 이는 제작비나 의지 부족으로 이어지고 우수한 제작 인재들은 서울 등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이 회장은 극단마다 그 극단만의 '고정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며 제작자나 배우 스스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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