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못간 석박사들 지역 취업하느니 창업
"우리 지역에서 나름 괜찮은 조건은 내걸고 연구원을 모집해봐도 다들 서울이나 대기업에 합격하면 그냥 옮겨버리더라고요. 이래서 어떻게 지역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대구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신제품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R&D 분야의 연구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지역 내 우수 인재들이 서울과 수도권 및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면서 소위 가방끈이 길다는 '박사'학위뿐 아니라 '석사'학위를 가진 연구원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R&D 분야를 꼽고 있다. 1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 1위 직종은 R&D 분야였다. 기능직과 생산기술직, 단순노무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06년까지만 해도 기능직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지만 2007년부터 연구직 인력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역 인재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연구소가 증가하는 만큼 연구원 수가 뒤따라 주지 못하고 있다. 11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기업부설연구소는 2007년 431개에서 2008년 488개, 2009년 550개, 2010년 645개로 각각 13.2%, 12.7%, 17.3%씩 늘어났지만 연구원수는 각각 9.7%, 7.9%, 6.0%씩밖에 늘지 않아 연구소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표 참조)
연구개발전담부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09년 444개였던 대구지역 연구개발전담부서는 지난해 442개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연구원수 역시 835명에서 지난해 803명으로 3.8% 줄어들었다.
이처럼 지역 중소기업의 R&D 인력이 부족한 것은 수도권과 대기업 선호 때문이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최모(27) 씨는 "솔직히 4년제 대학에 2년이나 더 공부를 했는데 처음부터 지역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주변 친구들을 보더라도 수도권 쪽이나 대기업에 우선 입사시험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털어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머리 좋다는 이들은 일단 대기업 연구원에 지원한다"며 "대기업에 취직이 안 되더라도 지역 중소기업을 선택하느니 개인 창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역 중소기업 중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기업이 R&D 인력 확보를 위해 몸값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복지가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R&D 인력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한다. 금형가공 회사인 '미래써모텍'(3공단)의 경우 총 5명의 연구원 중 석사학위를 가진 연구원은 단 1명이다. 4년제 대학 학사 출신이 2명이며 나머지 2명은 전문대 출신이다. 배진범 사장은 "우리 회사도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이 근무했지만 몇 년 전 다른 지역으로 이직했다"며 "유능한 인재를 다른 곳에서 데려오는 것은 둘째치고 우리 지역의 우수 연구원을 지역에 붙잡아둘 제도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전문 연구원이 부족하다는 중소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병무청과 협의해 연구원을 채우려 했으나 고급인력들은 죄다 서울과 수도권 근무를 원했다"며 "우수 인재들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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