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짐 호킨스는 보물섬 지도를 우연히 손에 얻은 뒤 의사 리브지 선생, 지주 트레로니 씨와 함께 항해를 떠난다. 항해에 지친 어느 날, 짐은 친하게 지내던 배의 외다리 요리사 실버가 사실은 해적이며 보물을 탈취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짐 일행은 실버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보물을 찾는 데 성공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3년에 발표한 모험 소설 '보물섬'은 당시 어린이 독자들은 물론 성인 독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스티븐슨이 어린 아들을 달래기 위해 지도를 그려주자 아들이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서 탄생한 이 작품은 미지의 장소에 묻힌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온갖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착한 사람들이 보물을 차지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보물섬'은 일확천금이 가져다주는 흥미로운 요소와 권선징악적 결말로 대성공을 거두고 오늘날까지 고전 소설로 살아남았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영화로 만든 '쇼생크 탈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아내와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복역하다 20년 만에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가석방 출옥한 감방 동료 레드(모건 프리먼)를 위해 교도소 소장이 감춰둔 돈을 빼돌려 그 일부를 약속 장소에 묻어둔다는 것이다. 레드는 그 돈과 듀프레인이 적어둔 쪽지를 찾아 그와 재회하고 희망찬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땅속에 보물이나 돈이 묻혀 있다는 설정은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졌으나 결말은 씁쓸하다. 땅에 묻어둔 돈 중 일부인 7억 원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사건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처남으로부터 그가 챙긴 거액을 관리해 줄 것을 부탁받은 이모 씨가 이 돈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 땅속에 숨겨오다 벌어졌다.
사건은 이 돈 일부를 사용한 이 씨가 처남의 출소가 임박하자 자신이 돈 쓴 사실을 감추기 위해 벌인 자작극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경찰이 굴삭기를 동원해 땅을 파고 있는데 돈의 규모가 1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 불법을 통해 그처럼 많아질 수 있다니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힘들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