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계 1위가 해커에 농락당했다면

입력 2011-04-11 10:56:01

현대캐피탈의 고객 정보가 해킹당한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전체 고객 180만 명의 23%인 42만 명의 고객 정보가 해킹돼 규모 면에서 엄청날 뿐만 아니라 해킹된 정보도 이름, 주민번호, e메일 주소, 휴대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일부 고객의 경우 비밀번호와 대출 여부, 대출 금리와 금액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인 신용등급까지 해킹됐다. 고객의 신용등급이 해킹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해커들이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가기 직전까지 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객 돈 유출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고객의 은행계좌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피해가 계속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두 달 동안 현대캐피탈이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해커들이 현대캐피탈의 전산망을 헤집고 다녔지만 이달 7일 해커로부터 억대의 돈을 요구하는 e메일을 받고서야 해킹 사실을 알았다.

현대캐피탈은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1위 업체다. 그런 업체가 해커들에게 무방비로 뚫렸다면 다른 금융회사의 보안 시스템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제2금융권의 경우 보안망이 취약하며 무방비 상태인 곳도 적지 않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런 업체에 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해커들이 침범할 경우 고객 돈 유출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금융회사의 보안망이 뚫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권 전체의 보안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금융회사가 보안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정보 보호를 위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철저히 점검해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합당한 징계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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