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성적만으로 등록금 내는 영재들의 극한 스트레스에 이어
카이스트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의 올들어 네번째 자살에 이어 이번에는 중년의 카이스트 대학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 박 모(54) 교수가 목매 숨진채 발견된 것은 일요일인 10일 오후 4시께. 박 교수의 아내가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되어서 내려와 보니, 남편이 기거하던 대전시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방 가스배관에 붕대로 목을 맨 채 숨진 것을 발견다.
발견 당시 숨진 박 교수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유서에는 최근 잇따라 자살한 KAIST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KAIST에서는 지난 1월 8일 전문계고 출신 1학년 조모(19)군이 저조한 성적 등을 비관해오던 중 학내에서 자살하는 등 올해 들어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남표 총장-학생들 '비공개 간담회' 를 가졌으며, 내주 18일 국회에서 자살대책 보고를 갖기로 되어 있다.
봄이 한창인 월의 카이스트의 캠퍼스는 춘래불사춘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하고 우울하다.
지난 7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들어 4번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과주의도 좋지만, 단기간의 무리한 성과주의는 안된다는 원칙론과 자칫하다간 카이스트의 개혁이 가라앉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자보가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3학년 학생은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지난 7일 오후 1시20분쯤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된 카이스트 수리과학부 2학년 휴학생 박모(19) 군. 요구르트 배달원이 발견해 신고한 박군의 투신은 이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리는 폐쇄회로 tv에 잡혔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입학한 부산 출신 박군이 휴학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자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충격과 집단 스트레스에 휩싸인 상태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인 박 군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지기 전날, 우울증 진단서와 함께 휴학을 신청한 박씨의 점퍼와 지갑이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박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4학년 장모(25)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KAIST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인 '로봇 영재' A(19)씨가 숨진 것을 시작으로 2명의 과학고 출신에 이어 또 영재학교 출신 학생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KAIST 내부 구성원은 충격을 넘어 패닉상태까지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가 숨진 사실을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서남표 총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서 총장은 "성적 미달자 수업료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성적 미달 학생 10% 내외에 등록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구성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숨진 박 씨가 소속된 수리과학과에서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인 박씨가 1학년때 2학년 전공수업을 들었어도 B학점 이상을 받는 등 성적 때문에 비관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네번째 학생의 자살소식이 인터넷과 학내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자 KAIST 구성원들은 추모글을 잇따라 올리는 등 학교 전체가 충격과 함께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벌써 네번째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마음이 아프다", "부디 지금 이 세상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한 구성원은 "지나치게 공부 위주의 인간으로 만들려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라며 "영어로 수업 하는 거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암담하다. 공부도 좋지만, 인간이 어떻게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라"며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추진된 100% 영어 강의 진행을 한 요소로 꼽았다.
최근 카이스트에서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높여주는 마음챙김명상(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을 전 학년에게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뉴미디어국장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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