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살 KAIST,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입력 2011-04-08 08:15:35

올들어 네번째 학생 자살..KAIST 구성원 '충격', 서남표 총장

"AIST에 붙은 대자보.."우리는 불행하다"" 대전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이 올해 들어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자보가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었다.대자보를 붙인 3학년 학생은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이트
'고개 숙여 사과하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7일 인천의 한 KAIST 휴학생이 올들어 네번째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KAIST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서남표 총장이 긴급 기자간담회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읽기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 연함뉴스 사이트

카이스트 학생이 또 자살했다. 올들어 네번째 학생 자살이다.

인천 남동 경찰서는 7일 오후 1시20분쯤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수리과학부 2학년 휴학생 박모(19) 군이 숨져 있는 것을 요구르트 배달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박군 혼자 이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리는 폐쇄회로 tv로 보아 경찰은 박군이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입학한 부산 출신 박군이 휴학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자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충격과 집단 스트레스에 휩싸인 상태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인 박 군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지기 전날, 우울증 진단서와 함께 휴학을 신청한 박씨의 점퍼와 지갑이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박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4학년 장모(25)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KAIST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인 '로봇 영재' A(19)씨가 숨진 것을 시작으로 2명의 과학고 출신에 이어 또 영재학교 출신 학생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KAIST 내부 구성원은 충격을 넘어 패닉상태까지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가 숨진 사실을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서남표 총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서 총장은 "성적 미달자 수업료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성적 미달 학생 10% 내외에 등록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구성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 총장은 "저를 비롯한 KAIST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끼고 있다"며 "총장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이은 사건으로 지금 KAIST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 자유롭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소속된 수리과학과의 김동수 학과장은 "과학영재고 출신으로 1학년때 2학년 전공수업을 들었어도 B학점 이상을 받는 등 성적 때문에 비관하는 모습은 없었다"며 "어제 찾아와 우울증 때문에 휴학하겠다고 해서 상담을 했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네번째 학생의 자살소식이 인터넷과 학내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자 KAIST 구성원들은 추모글을 잇따라 올리는 등 학교 전체가 충격과 함께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벌써 네번째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마음이 아프다", "부디 지금 이 세상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한 구성원은 "지나치게 공부 위주의 인간으로 만들려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라며 "영어로 수업 하는 거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암담하다. 공부도 좋지만, 인간이 어떻게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라"며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추진된 100% 영어 강의 진행을 한 요소로 꼽았다.

한편, 지난 6일 오후 한 3학년 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등 서남표 총장 취임 후 추진중인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학생은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뉴미디어국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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