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동원화랑 24일까지 '조영남전'
조영남. 그는 역시 '이 시대 진정한 광대'다웠다. 5일 그의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관람객 100여 명이 모인 대구 수성아트피아 전시 오프닝. 격식 있고 엄숙한 자리를 그는 단번에 잔치 분위기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보고 웃고 떠들었다. 전시장을 처음 찾는다는 중년 여성들도 그의 그림 앞에서 "초단은 왜 없지?" "참 재밌네" 하고 수다를 떨었다. 현대미술이 우리 일상으로 가까이 내려왔다.
"그림? 심심해서 그려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재수가 좋았죠." 그는 20년 전, 미술계에 도발적으로 들고나온 화투 그림 앞에서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화투' 하면 '조영남'을 떠올릴 만큼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는 왜 화투를 그릴까.
"그림이란 건 눈에 확 띄면서 재미있고 충격적이어야 하거든요. 남들 안 그리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화투를 그렸죠. 화투는 역사의 아이러니함을 담고 있어요. 우리가 일본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그들의 놀이기구는 아주 좋아하잖아요?"
그는 '화투'가 꽃을 위주로 하면서 풍경이 극히 동양적으로 잘 표현됐다고 평한다. 화투 48장이 저마다 뚜렷한 메시지와 그림을 담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는 그림 '병마용갱'을 통해 진시황에게 말을 건넨다. 진시황 무덤의 진흙 호위병 가슴팍에 화투패와 포커 카드를 그려넣었다. "여보슈, 진시황. 삶과 죽음은 한낱 화투패에 불과한 거요." 그의 작품은 2009년 중국 베이징에서 전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그의 화투 그림은 도발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변주된다. 화투 전체가 꽃다발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상징처럼 화면에 뚜렷하게 각인되기도 한다.
그는 그림을 두고 '세상을 뒤엎는 혁명의 도구'라고 말했다. 그가 작품에서 화투, 바둑알, 태극기, 소쿠리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예술적이지 않은' 소재들을 골라 작품화시키는 이유다.
이것은 그의 음악과도 통한다. "나는 클래식 '가고파'에 맞서 대중적인 '화개장터'를 들고 우리도 고상하고 우아하게 취급해달라며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는 그림과 음악을 하나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전시에서 '위대한 추수' '저녁기도' 등 명작을 바둑판을 배경으로 패러디한 작품도 선보인다. 태극기를 변조하기도 한다. 옛 가옥의 나무 문틀과 놋요강을 결합시킨 오브제 작품, 깡통을 펴서 용접해 작품화한 로봇 인간 등도 전시한다. 화가 권기철은 그의 작품을 두고 "신선한 시도가 많고 도발적"이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동원화랑과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그림, 음악, 문학 등 각 테마별로 평면 혹은 오브제로 조형화된 작품 60여 점과 설치작품 5, 6점이 전시된다. 053)423-13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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