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대구경북 좀 더 유연해져야…최영헌 변호사

입력 2011-04-01 07:46:50

1970년대 공전의 히트를 쳤던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TV 프로그램은 미국 로스쿨 학생들의 치열한 학교생활을 보여줬다. 특히 첫 수업시간, 킹스필드 교수의 집요한 질문에 우물쭈물하던 학생들이 조금씩 법학도로 성장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만 발전했던 것이 아니다. 똘똘하고 다부졌던 한 고교생은 대입시험 준비로 지치고 힘들 때면 이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학생, 지난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 로비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북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직을 끝내고 최근 법무법인 로고스로 옮긴 최영헌(46) 변호사는 "TV를 보면서 '그래 사법시험을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웃기죠? 그런데 킹스필드 교수가 그렇게 멋져보일 수 없었죠. 제 주변에 어려운 환경에 있던 분들이 많았는데 법률적으로 봉사해보자는 생각, 사실 TV 보면서 철든 학생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최 변호사는 1988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고 이듬해 2차에 붙었다.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물으니 "막판 두 달에 15시간씩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며 웃었다. 대학 시절 그는 정말 '서울대의 공부벌레'였던 것이다.

인터뷰 중간중간 시사적인 이야기와 문학, 철학 등의 얘기도 오갔는데 최 변호사는 능변에다가 박학다식하기까지 했다. 법조인은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노하우를 물었다.

"사실, 아내가 연세대에 출강 중인데 문학평론을 전공하고 있어서 많은 책을 추천합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에서부터 현대 소설이나 인문과학 서적들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아요. 적어도 아내와는 말이 통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는 자존심이 다독(多讀)의 길로 이끄는 셈이죠. 하하."

최 변호사는 사시 31회, 연수원 21기로 군 법무관 복무 후 판사로 임관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중앙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2007년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바 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대구경북이 여전히 타지 사람에 배타적이고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좀 더 열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의 보수성이 지역 이기주의로 오해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예비 법조인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그는 "요즘 대도시 지역이나 특목고 출신들이 법조계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다양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훨씬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최근 부동산과 재개발 분야로 자신을 특화하고자 '열공' 중이다.

그가 최근 자리를 옮긴 법무법인 로고스는 2000년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변호사 12명이 모여 만든 로펌이다. 지금은 변호사 100명 규모로 덩치를 키웠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도 해외사무소를 두고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영리추구에만 집착하지 않고 공익사업을 지원하고 무료 법률자문을 실천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김천 출신으로 양천초, 김천중'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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