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손해 안보면 돼?…지역경제 신공항 백지화에 참담
#지난해 7월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영남권 5개 시'도가 이용할 수 있고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가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지역 경제계의 화제가 됐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달성군)에 위치한 대구국가산업단지는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무산된 지 10년 만에, 국가산단 육성 제도가 시행된 지 36년 만에 생긴 대구 첫 국가산단. 신성장 분야 기업 유치 논의가 꾸준히 오가고 있지만 '접근성'이 취약하다. 대구시 성웅경 산업입지과장은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지역 산단의 기업 유치 때마다 이런 허허벌판에 어떻게 공장을 짓겠냐는 얘기를 듣는다"며 "기업 유치에서 공항이 차지하는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 전체 시민 40만 명 중 35만 명이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에 서명한 구미시. 전국 수출의 10%, 경북 수출의 80%를 담당하는 구미 산업계는 매년 천문학적인 물류비용을 손해보고 있다. 가까운 대구 및 김해공항이 다양한 국제노선을 갖추지 못해 평균 4, 5시간 이상 걸리는 인천공항 화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자산업이 발달한 구미는 대구경북 항공화물의 87%를 차지하는 지역 제1의 수출도시. 구미상공회의소는 "IT와 전자제품의 차질없는 수출을 위해 구미와 가까운 곳에 신공항이 꼭 들어서야 한다"며 "신공항 없인 구미 발전도 없다"고 말했다.
◆하늘길에 발목 잡힌 대구경북 경제 청사진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이제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신공항 백지화에 따라 대구경북 산업단지 조성과 대기업 유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참담해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의 항공 수출입 독점구조가 장기화돼 지역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MB정부 출범 이후 점차 회생하고 있는 지역 경제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동남권 신공항에 목말랐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 발전. 동남권 국제관문 공항 부재는 외국기업이나 관광객들이 영남권 투자 및 여행을 기피하는 원인을 제공해 지역 발전의 족쇄로 작용해 왔다.
영남권엔 14개 국가산업단지, 83개 일반산업단지, 4개 외국인 투자전용 산업단지가 있지만 접근성이 발목을 잡아 번번이 기업 유치에 좌절해 온 것.
대구경북 역시 MB정부 출범 이후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테크노폴리스) 등 지역 신성장을 이끌어 갈 산업단지를 속속 확보했으나 공항 부재가 결정적 약점이 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대구시당위원장)은 "지난달 말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면서 대구가 아니라 인천 송도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이유도 전적으로 인천공항 때문"이라며 "하늘길을 열지 못하면 사람이든 첨단산업이든 화물이든 유치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역 경제계 또한 "영남권 하늘길의 부재로 지역 발전을 견인할 신성장 동력산업의 성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수도권 논리에 함몰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사명을 저버렸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늘어나는 물류비, 지역 경제에 부담
지난해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5개 시도의 항공 물동량은 28만2천t에 이른다.
전자 관련 제품 수출입이 많은 경북이 9만6천213t, 대구가 2만3천685t이며 경남은 7만1천727t, 울산이 6만175t, 부산이 3만1천334t이다. 영남권 지자체들은 밀양 신공항의 항공 화물 물동량이 전국 물량의 3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공항 무산으로 지역 경제계는 '하늘길이 없는 취약한 인프라'와 '항공 화물 인천공항 독점'에 따른 수도권 경제 집중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대구경북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추가 접근비용은 연평균 6천억원, 2025년까지 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돼 이번 신공항 백지화는 대구경북 산업계의 물류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주로 수출에 기반을 둔 구미 산업계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등 연간 20만t의 구미 항공화물 수요가 앞으로 10년간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미 산업계는 수출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시간 내에 접근 가능한 신공항 건설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역 경제계는 "국내 최대 내륙공단이 세계로의 접근성이 취약해 한발 더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공항 무산과 함께 지역 물류비용은 1조~2조원으로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을 내세우는 정부가 왜 지역의 물류비용은 외면하느냐"고 맹비난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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