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염원 무참히 저버린 댓가 반드시 표로 심판"

입력 2011-03-31 09:52:14

"지방 대학살의 날" 영남권 강력 반발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TV생중계를 지켜보던 박광길 동남권 신공항 유치단장이 눈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TV생중계를 지켜보던 박광길 동남권 신공항 유치단장이 눈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3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영(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 시
3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영(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 시'도민 결사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신공항 백지화 결정 TV생중계를 지켜보던 강주열 추진 본부장이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수도권 발 쓰나미가 지방을 덮쳤다. 30일 정부가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포기를 선언, 남부권 2천만의 염원이 날아갔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는 정부 결정에 대해'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수도권의 침탈'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남권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도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정부 발표 수용할 수 없다"=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박맹우 울산시장은 30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신공항 입지 평가 결과는 1천320만 영남권 주민의 오랜 염원을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줬다"며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간 우려했던 '신공항 무용론'을 현실화한 이번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앞으로 냉정한 이성과 지혜로 영남권 4개 시'도는 밀양 신공항 건설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좌절하지 않고 오늘이 신공항 건설의 새로운 출발점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4개 시'도 단체장은 ▷국토연구원의 용역과 평가 결과는 신뢰성이 없으므로 국제적인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재평가를 강력히 요구하며 ▷국가경쟁력강화와 21C 영남권 공동 번영을 위해 신공항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별도의 성명서에서"정부의 백지화 결정 과정에 강력히 항의하며, 정부 발표에 좌절하지 않고 신공항 건설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이 발표되는 순간까지도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2천만 남부권 주민의 간절한 염원을 결국 저버렸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정부 발표 후'시장직 사퇴'결단을 내렸다. 엄 시장은 "믿음도 신뢰도 없는 대통령과 무책임한 정부의 말을 믿고 3년간 달려왔는데 철저하게 우롱당했다"며 "지방자치가 말살된 상황에서 더 이상 행정을 할 수 없어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선언했다.

◆"국민 우롱, 신공항 재추진해야"=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의 강주열 본부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 정부에서 신공항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시민의 힘으로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사추진위는 단식농성과 여당의원 낙선운동, 궐기대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과 상공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토연구원이 부적합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백지화해 지역은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며 "그동안 신공항에 대해 관심조차 없던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이 신공항 유치 염원을 지역 갈등과 지역 이기주의로 폄하하고 무산시킨 데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대구경영자총연합회도 이날 '한나라당??, 딴나라당!!'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이미 짜인 시나리오에 지역민은 들러리였다. 지역의 반발에 정부는 후속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정치적 절충으로는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북서도 곳곳 반발 = 구미지역 기관단체장과 상공인 등 200여명은 31일 "신공항 백지화로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며 "지역경제와 지방을 무시한 조치"라고 정부의 발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조찬 모임을 통해 "정부는 수도권의 기업과 인구의 과밀화를 가속화시키고 지방은 고사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신공항 백지화는 정부의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 윤진필 이사장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없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그동안 MB정부가 되지도 않을 것을 가지고 영남지역민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을 한다"고 했다.

밀양시와 공조해 신공항 유치에 힘을 모았던 청도지역 주민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허탈해했다. 특히 밀양 인접지역으로 공항과 관련된 산업유치 등 지역개발에 큰 기대를 모았던 주민들은 "국책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지역개발사업 등이 10년은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군과 지역 주민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에 이번 정부 발표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지방과 수도권의 공생발전 등 주민들이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이창환기자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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