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채보상운동의 가치

입력 2011-03-31 07:31:55

국가재정 파탄에 이른 대한제국에 대하여 채무상환을 요구한 일본의 속내가 조선을 통째로 먹겠다는 '흉계'임이 밝혀지자, 거족적으로 항거한 국채보상운동은 국권수호, 반일, 민족주의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 운동의 발상지는 '대구'였고, 드디어 전국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국권을 지키고자 분기한 항일 민족주의운동은 한국현대사 역사인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구가 그 중심에 있었다.

오늘에도 항일민족주의 감정은 아직도 우리에게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천안, 안동 '독립기념관'의 콘텐츠는 항일, 민족, 애국운동의 역사와 문화가 메인 스트림이 되어 있다. '대구국채보상운동' 또한 이 범주 속에 편입되어 있다. 국채보상운동 이후 1세기가 흐른 오늘의 21세기에도 우리의 국사교과서 기술처럼 항일, 민족, 애국운동의 역사인식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반일감정 콤플렉스 치유의 단골메뉴로만 있을 것인가?

역사해석과 인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역사는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새 의미를 찾는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오늘날 세계인이 공유할 보편적 가치가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것은 역사연구와 역사인식의 핵심과제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전쟁을 미합중국의 주권이 수립된 이후부터 미국인들은 영국의 전제군주제에서부터 '자유를 위한 투쟁' '인민이 수립한 인민의 정부' '삼권분립에 기초한 세계 최초의 성문헌법'의 가치를 추구한 '시민혁명'임을 강조한다. 오늘날 세계인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240년 전에 이룩한 미국역사 속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미국역사의 가치는 '자유(Freedom)의 추구' '민주주의 가치의 추구' 라고 기술하고 있다.

'대구국채보상운동'에서 우리는 '국가채무'에 대한 거족적인 상환운동을, 그리고 이에 따른 '기부운동'을 반상이 함께한 민간주도운동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04년 전에 벌어진 이 역사적 사건은 오늘에 와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전 세계가 국가부채문제로 고민한다. 세계기축통화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이 국가채무와 씨름하고 있고, 어디 '국가채무' 문제는 미국뿐인가? 그리고 '기부문화' 또한 오늘의 보편적 가치가 아닌가? 우리는 100년 전에 이를 체험하고 해결에 고민했던 '국가채무상환', '기부운동'이라는 역사적 체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대구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국가채무상환운동, 기부문화운동의 역사적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인이 공유하는 가치'(Universal Value)는 대구가 제시한 역사문화 콘텐츠이며, 나아가 세계인이 공유할 역사문화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대구의 역사문화상표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한민국이 지구촌에 발신하는 국가브랜드이기도 하다. '대구국채보상기념사업회'는 오늘의 세계인이 공유하는 가치를, 즉 역사문화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금영철(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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