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10주년을 맞았다. 2001년 3월 29일 개항을 한 지 10년 세월이다. 전 세계 공항서비스 6년 연속 1위, 여객수송실적 세계 8위, 화물수송실적 세계 2위가 10년의 성적표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상 최대의 성공작이라고 한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사를 바라보는 영남권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솔직히 축하는커녕 속이 부글부글 끓는 심정이다. 인천공항의 성공이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만 잘 해서 이룩된 것이 아니라 1천300만 영남권 주민을 포함한 지방 사람들의 고생과 희생을 딛고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에 한 번 나가려고 밤잠도 자지 못하고, 생업도 하루를 폐하고, 무거운 짐 보따리를 낑낑대며 옮기고, 수도권 사람들보다 돈은 돈대로 더 쓰면서도 묵묵히 참아준 지방의 양보를 밑바탕에 깔아 놓은 성과물이라는 생각에 섭섭함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영남권 사람들의 이런 데면데면함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소아병적인 증상이 결코 아니다. 수도권론자들이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벌여 백지화시키고자 하는 신공항 문제 때문이다. 우리도 인천처럼 안전도, 효율성, 경제성 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공항을 만들 고 운영할 수 있는데, 수도권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천 하나면 OK!'라며 쌍심지를 켜고 신공항에 반대하는데 더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지방은 고생해도 된다는 생각의 산물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천공항의 성공신화를 이야기하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도 신공항 무산을 걱정하며 머리를 싸맨 영남권 사람들의 마음 속 불길에 부채질만 하는 꼴이다. 그는 28일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인천공항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뒷받침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수도권에는 과감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만 지방에는 미래가 없거나 없어도 된다'는 말로 들렸다. 분명 곡해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 수도권론자들의 신공항 좌절 '공작'을 바라보는 영남지역 사람들이 인천공항 10년을 바라보며 갖는 심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인천공항 10년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포상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남권 사람들의 반응은 '불행하게도' 축하보다는 오히려 냉소에 가깝다. 신공항이 수도권론자들 때문에 물 건너간다는 걱정에 인천공항에 축하를 보낼 여유가 없다. 대통령이 수도권론자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걱정도 떨쳐버리지 못해서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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