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시 칼 대신 레이저…성공률과 무관
대구에 사는 40대 중반 남자 환자가 아래쪽 어금니 2개가 없어서 임플란트를 하러 왔다. 정밀진단을 위해 CT를 찍은 뒤 촬영 후 치료계획을 설명하는데 대뜸 그 환자가 이렇게 말했다. "레이저 임플란트 해주세요. 아프지도 않고 상처도 금방 아문다고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고 온 것 같았다. 환자가 인터넷에서 본 '레이저 임플란트'는 무엇일까?
몇 년 전 한때 환자들 사이에 '레이저 임플란트' 또는 '물방울 레이저 임플란트'가 화제가 됐다. 당시 미국에서 임플란트를 전공하고 갓 돌아온 필자도 생소한 용어여서 환자들에게 적잖이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학문적으로 '레이저 임플란트'라는 용어는 없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 용어를 듣고, 그렇게 열렬히 원하게 된 것일까?
'레이저 임플란트'는 임플란트 수술 시 레이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임플란트 수술 과정을 보면 먼저 칼로 잇몸을 절개한 뒤 고속드릴로 치조골에 적절한 크기의 구멍을 뚫어 임플란트를 심는다. 이 과정에서 칼로 잇몸을 자르는 대신 레이저로 잇몸을 자르는 것이 레이저 임플란트다. 나머지 과정은 똑같다. 칼 대신 레이저로 잇몸을 절개하면 출혈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이는 미미하며 더구나 잇몸 절개 방법의 차이가 임플란트의 성공률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잇몸 절개에 쓰이는 레이저가 이처럼 환자들 입에까지 오르내리게 된 것은 레이저 수입업체에서 열심히 마케팅을 한 결과다. 인터넷과 광고를 통해 레이저 효능의 과장홍보로 인한 해프닝이다. 업체 광고를 보면 레이저 임플란트를 하면 수술 시 피가 나지 않고 통증도 없고 치유도 빠르고 결과적으로 성공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이런 내용만 보면 수술 부담감이 큰 환자의 입장에서 매우 좋은 수술법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실제 일부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대 선전이다. 마치 레이저를 써야만 임플란트 수술이 잘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레이저 임플란트'라는 용어를 만들어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 필자도 레이저를 제한적으로 수술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효율성에 대해 강조할 정도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장비와 기자재를 갖추고 수술 성공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런 시설과 장비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된다거나, 수술결과를 좌지우지한다고 광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핵심은 사람이다. 수술하는 주치의의 지식, 경험과 기술이 수술성공을 결정한다. 기계와 장비는 의사를 보조할 뿐이다.
박준홍 대구 닥터홍치과의원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