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전 세계가 방사능 공포로 술렁댔다. 급기야 방사성 물질 누출이 우려되자 일본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월에는 리비아의 카다피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의 교전이 내전으로 치달아 땅'하늘'바닷길 대탈출로 피란길이 이어졌다.
최근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 '피난'과 '피란'에 대해 알아보자.
'피난'과 '피란'은 거의 같은 뜻이다. '피난'(避難)은 재난을 피함, '피란'(避亂)은 난리를 피함이라는 뜻이다. 난리는 전쟁 따위를 가리키므로 '피란'은 전쟁을 피해 길을 떠날 때 쓴다. 또 전쟁은 재난의 일종이기도 하므로 '피난'으로 써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은 규모의 재난을 난리라고 하지는 않으므로 그 경우에는 '피난'이 바른 표기이다. '피난민/피란민' '피난살이/피란살이' '피난처/피란처' 등은 있지만 '피란소' '피란항'은 없다. '피난'은 〔피:난〕, '피란'은 〔피:란〕으로 발음한다. "홍건적의 난을 피해 수많은 백성들이 피란을 떠났다." "전쟁이 일어나자 남쪽으로 피란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지진이 나자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떠났다." "물난리가 나자 주민들이 산으로 피난하였다."로 쓰인다.
'피난' '피란'과 같이 '환난' '환란'의 구분도 쉽지 않다.
'환난'(患難)은 근심과 재난을, '환란'(患亂)은 근심과 재앙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이다. '환난'은 재난을, '환란'은 재앙의 의미가 강조된다. 재앙이 뜻하지 아니하게 생긴 불행한 변고를 뜻하고, 재난이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을 뜻하는 말임을 상기한다면 '환난'이 '환란'보다는 좀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며 범위가 넓다고 보면 된다. '환난'은 〔환:난〕, '환란'은 〔활:란〕으로 발음한다. 외환위기를 뜻할 때는 환란(換亂)으로 표기한다. "반쯤 등신이 된 것처럼 모든 환난을 말없이 견디던 엄마도 땅을 치며 탄식을 했다." "이 액병(厄病)의 환란 속에 누가 죽고 살아남을지 그걸 뉘 알겠느냐…." "1997년 외환위기 이래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은행권은 아직도 환란의 여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로 쓰인다.
'쓰나미'는 지진성 해일이다. 바닥의 근간이 흔들리는 쓰나미는 폭풍우와는 달리 바다 표면에서는 낮은 파도 현상을 보이지만, 바닷속 깊은 곳에서는 그 파장이 매우 길어 연안에 도착하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갑자기 들이닥친 삶의 표면에 부는 폭풍우를 두려워하지만 정말 두려운 것은 우리 삶의 근간, 뿌리가 흔들릴 때다.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치는 이런저런 시련보다, 신뢰가 무너질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서로가 신뢰하는 마음이 피난과 환난을 막는 길임을 잊지 말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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