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석패율제 '맞손'…내년 총선 도입 공감대

입력 2011-03-24 10:25:36

열세 지역에 의원 내 "지역 대결 구도 타파"

여야가 간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영남, 민주당-호남으로 고착화된 지역주의 구도를 깨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세 지역에서도 국회의원을 낼 수 있도록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시킨 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킨다는 내용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호남에서 아깝게 낙선한 인재들이 원내에 진출하게 된다면 지역 발전과 정치 선진화를 위해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날 김해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석패율제를 적극 검토하고 실현하고자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도 지역정당을 넘어 전국정당으로 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 대표가 석패율제 도입을 약속하면서 당장 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치적 명분이 좋다. 이명박 대통령도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정치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영남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나오고, 호남에서도 여당 국회의원이 나오도록 선거법을 바꿨으면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안한 석패율제를 18대 총선 결과에 대입할 경우 한나라당은 호남권에서 최대 5석,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최대 14석까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도 검증됐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 31개 지역구에서 한 석도 못 건졌고, 민주당은 영남 67개 지역구 가운데 2석만 당선시켰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 23일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정치 선진화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석패율제, 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취지는 좋지만 지역구에서 탈락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인물을 구제한다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적용 대상으로 떠오른 영'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반발도 우려된다.

또한 여성'장애인 등 선거취약층과 전문성을 갖춘 정치 신인 충원이라는 비례대표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비례대표(현재 54명) 일부가 지역구 낙선자들로 채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처럼 석패율제가 다선, 중진 의원들의 '당선 안전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군소정당의 경우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23일 "석패율을 도입해 사실상 비례대표를 축소하려는 것은 정치 개혁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고,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소수당에게는 국회 진출과 의석 확대의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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