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히어애프터

입력 2011-03-24 10:55:05

죽음은 삶의 반대편일까?…'사후세계' 색다른 질문

'히어애프터'는 우아한 춤을 보는 듯한 영화다.

그 춤은 격렬하지도 않고, 자극적이거나 실험적이지도 않다. 천상의 천이 일렁이는 것 같다. 선이 아름다운 동양적인 춤에 더 가깝다고 할까.

'히어애프터'(hereafter)는 사후 세계를 의미한다. 이승과 저승, 천당과 지옥. 죽음은 늘 양분되고, 대척적인 이미지다. 내세도 없고 좀비와 같은 두려움이 가득 찬 것이 특히 서양영화에 등장하는 죽음이다.

그러나 '히어애프터'에서 죽음은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고, 그 사후세계 또한 신앙적 단죄의 형장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장막너머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그런 아련한 곳이라고 얘기한다.

심령술사인 조지(맷 데이먼)는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이다. 의뢰인의 손을 잡으면 상대의 사후세계에 있는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죽은 사람과 접신하는 능력을 이용해 돈도 벌지만, 그에게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다. 기괴한 능력 때문에 번번이 사랑할 기회도 잃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돈을 벌려는 형의 등쌀에 시달린다.

프랑스 방송 앵커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휴가 중 동남아에서 쓰나미를 만나 가까스로 살아난다. 물속에 휩쓸려가면서 정신을 잃는 순간 한줄기 빛과 그림자 같은 사람들의 환영을 본다. 그 후유증으로 애인과 일자리를 잃고 계속 떠나지 않는 그 이미지를 책으로 써 런던북페어에 참가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마커스(조지 매클래런)는 쌍둥이 형이 자기 대신 엄마 약을 사러갔다가 차에 치어 죽자 괴로워한다. 형에 대한 그리움이 사그라들지 않자, 얘기라도 할 생각으로 심령술사를 찾아다닌다.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은 마리가 참여한 북페어를 통해 마주친다. 옴니버스처럼 흐르는 이야기가 런던에서 재회하며 죽음에 대한 여러 갈래가 한 가닥을 이룬다.

쓰나미로 시작하는 '히어애프터'의 첫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이다. 2004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섞어 끔찍하게 그려냈다. 당시 외신을 통해 알려진 호텔에서 찍은 참상이 영화로 재현했다. 지난 2월말부터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이번 지진참사 때문에 상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히어애프터'는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현명하고 세련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보고서를 우아하고 성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형을 그리워하는 동생의 간절함을 다 떨어진 모자에 투영시키는 등 간절함을 화려하지 않게 장면 장면 잘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현세에서 답을 찾으려는 자세가 거장의 노련함을 느끼게 한다. 늘 가까이서 지켜주는 어떤 존재는 죽음 저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잊지 못하는 사랑일 것이다. 평생 죽음과 손잡고 살아온 남자가 사랑을 찾으려는 절절함도 거장의 피아노 솜씨에 녹아 가슴으로 다가온다. 맷 데이먼과 세실 드 프랑스의 연기도 뛰어나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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