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구연극제의 막이 오른다. 해마다 봄에 펼쳐지는 대구연극제는 전국연극제에 참가할 올해의 대구대표 극단을 뽑는 경연대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니 대구연극제는 전국연극제의 지역예선인 셈이다. 극단 측에서는 자기 단체의 경쟁력을 선보일 좋은 기회이고 관객 처지에서는 여러 극단의 능력을 비교해 볼 만한 흥미로운 경연대회다. 분명히 누군가는 우승하고 누군가는 탈락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가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경연대회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물론 순위 매기기 대회라는 것이 참가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구연극제를 보게 될 관객들은 어떨까. 그런 흥미진진한 긴장감, 혹은 어떤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현재 대구의 민간극단들은 소극장 연극을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소극장 연극의 다양한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비와 수익성 구조 등에서 대극장 연극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구연극제가 아니면 굳이 대극장 연극을 제작할 일은 거의 없다. 이 이야기는 곧 대구연극제가 아니면 대구의 민간극단이 만든 대극장 연극을 볼 기회가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연극제는 관객에게 대극장 연극을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극단 측에는 오랜만에 상업성보다는 작품성에 중점을 둔 진지한 대극장 연극을 제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소극장 연극을 만들기에도 부족한 제작비로 대극장 연극을 만들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무대만 클 뿐 대극장에 맞는 볼거리를 요구하는 관객의 욕구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배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극단들이 대극장 무대에 맞는 작품을 찾다 보니 상대적으로 출연진이 많은 작품을 선택하게 되고, 그 때문에 배우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훈련된 노련한 배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 연극제 기간에는 오죽할까. 게다가 경연대회의 특성상 겹치기 출연은 불가능하니 배우 품귀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배우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니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이 덜 된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다 보면 결국 작품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평소에 신인배우를 가르치고 훈련해 출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즉시 공연이 가능한 배우만을 찾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극단이 어느 정도 훈련된 프리랜서 배우 한 명을 돌려가면서 쓰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작년에는 A극단 대표로, 올해는 B극단 대표로, 내년에는 C극단 대표로 연극제에 참가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한 것도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극단 간에 작품성을 두고 펼치는 경연대회의 긴장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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