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해일 동시 닥치면 안전 장담 못해…쓰나미 대비 높게 설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방사능 누출 등 2차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 원전 안전성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전체 전기생산의 30%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핵연료 사용국가인데다 월성원전을 비롯한 상당수 원전의 이용률이 높아 내구연한이 줄어들고 일부는 노후화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에 규모 9.0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과 가장 근접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한국은 일본원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폭발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반면 핵관련 단체들은 양국의 원전 방식은 단지 발전방식을 구분한 것일 뿐 안전성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년 가량된 월성원전 1호기가 압력관 교체후 수명연장을 신청해 둔 상태여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또는 폐쇄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노후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여부, 초미의 관심사
일본 원전 사고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설계수명 30년으로 내년 11월 수명이 끝나는 월성원전 1호기가 안전성과 관련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도 30년 이상의 노후된 원전에서 사고가 비롯됐으며, 독일과 중국 등이 일본 원전사고 이후 노후된 원전의 폐쇄를 잇따라 선언하고 나서 월성원전의 수명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선진국에서도 오래된 원전의 가동을 정지했는데,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할 때 과연 안전할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국내 원전이 과연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에 견딜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는 압력관 교체작업에 돌입한 뒤 10년 운전 연장을 위해 2009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오는 6월,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계속 운전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2009년 4월 대규모 설비개선 공사에 착수하기까지 5차례의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과 4차례의 원전 이용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핵 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한수원 등이 압력관 교체를 준비 중인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 전세계 평균 이용률 80%보다 높은 86%를 기록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내구연한을 다한 것을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명연장을 계획중인 월성 1호기 이외에 월성 2,3,4호기는 이용률이 90%를 넘기는 등 지나칠 정도로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핵안전연대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쇄폭발 사고가 보여주는 분명한 특징은 노후한 원전일수록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라며 "월성1호기가 계획수명 30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년 앞당겨 압력관을 교체하는 것 자체가 '열화'로 일찍 수명을 마친 것"이라며 영구폐쇄를 촉구했다.
월성원전 측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1호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안전성 평가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할 뿐 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게다가 기자들의 원전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있는데, 21일 오전 월성원전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도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놓고 원전 측이 만든 일방적인 보도자료만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원전은 일본원전에 비해 더 안전할까
월성원전 이용태 본부장은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은 설계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은 국내에 없는 비등경수로(BWR )로, 원자로 계통과 터빈계통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가 터빈과 발전기를 직접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비등형은 연탄불 위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라면 한국의 가압형은 연탄불 위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터빈을 돌리지 않고 고온의 냉각수를 압력으로 유지한 뒤 옆의 다른 주전자에 옮겨서 재가열해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는 것.
월성원전 측은 따라서 비등형은 원자로에 물과 증기가 같이 있어 사고 발생시 핵연료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원자로의 격납용기(콘크리트 구조물)가 작아 내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는 단점이 있고, 사고 발생시 구조적으로 안전성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관열 월성원전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원전은 원자로에 물이 가득 차 있어 연료봉의 온도가 천천히 상승하고 원자로의 격납용기가 커 내부압력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익중(둥국대학교 교수) 경주환경연합 상임의장은 "정부와 한수원이 한국형 원자로는 물을 끓이는 방식에서 간접방식이고 후쿠시마 원자로는 직접방식이어서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이번 일본 원전폭발사고는 핵연료의 온도를 식히지 못해 발생한 것이며, 물끓이는 방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고"라며 "냉각시스템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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