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들, 주·정차 과태료 받아 직원 월급 줬다

입력 2011-03-22 10:29:57

주차시설·단속요원 경비 등 용도 한정 어기고 악용

대구 각 구청이 불법 주·정차 과태료로 충당되는 주차장 특별회계를 직원 월급 용도로 쓰는가 하면 10년째 적립만 한 채 활용방안을 찾지 않는 등 각 구청의 주차장 특별회계 운영이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주차장 특별회계는 주차장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 설치된 것으로 주차시설 설치나 주차 단속요원 경비 등의 용도로만 사용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대구시내 일부 재정 형편이 열악한 구청의 경우 주차장 특별회계 사용 제한이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악용해 직원 월급 용도로 쓰거나 아예 금고에 쌓아둔 채 묵히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해 주차장 특별회계로 모은 32억원 전액을 일반회계로 돌렸다.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구 재정 상태가 열악했기 때문.

"매년 복지비 부담이 늘어나 구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구청의 해명에 대해 주민들은 "특정목적으로 쓰게 돼 있는 과태료를 공무원 월급으로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따지고 있다.

중구와 서구는 아예 주차장 특별회계가 없다. 구 재정이 열악한 두 구청이 10년 전부터 주차장 특별회계를 일반회계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매년 20억원, 서구청은 15억원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이 돈을 전부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셈이다. 대신 주차시설 확충 기금은 한 해 2억원가량의 수입을 올리는 역내 공영주차장에서 충당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의 경우 10년째 금고 속에만 모셔놓고 있다. 한 해 평균 11억원씩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징수하는 수성구청은 현재 주차장 특별회계에 110억원가량 적립돼 있다.

진수환(43'수성구 범어동) 씨는 "시민들이 과태료를 덜 내게끔 공영주차장 건립에 써야 할 돈을 금고 속에만 보관한다는 것은 구청이 수입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불법 주'정차를 방관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북구와 달서구, 남구는 주차장 특별회계를 원래 용도대로 사용하고 있다. 북구청은 지난해 주차장 특별회계 적립금 51억원을 들여 산격3동 공영주차장, 노원 공영주차장 등 7개 주차장을 건립했다.

시민 이동현(38) 씨는 "도심 이면도로는 해만 떨어지면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당국이 예산을 쌓아두고도 주차장 건립에 소극적인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영진 계명대 교수(행정학과)는 "각 구청이 재정 형편상 특수성이 있겠지만 특별회계로 운영해 왔으면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직원 인건비로 쓰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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