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릴 적 동네 개울가에서 천렵하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반도(그물)를 들고 개울로 나가면 미꾸라지, 피라미 등 다양한 물고기들을 잡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이뿐 아니다. 천렵이 끝난 후 잡은 물고기를 큼지막한 냄비 속에 넣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고 풋고추, 애호박, 들깻잎, 토란줄기 등 채소를 함께 넣어 걸쭉하게 끓이면 맛있는 '어탕'이 된다. 미리 준비한 수제비나 국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별다른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시골소년들에겐 '어탕'이 최고의 음식이었다.
대구 서구청 문화공보과 직원들은 서구 비산동 '둥구리 어탕국수'를 자주 찾는다. 직원들이 어탕국수에 맛 들이게 된 것은 윤명현 공보과장의 끈질긴 권유(?) 때문이다. 윤 과장은 "어탕을 먹을 때는 어린시절로 돌아가 천렵하던 고향의 개울가를 생각한다"며 "천렵은 한여름철 뜨거운 뙤약볕에 얼굴이 새빨갛게 익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천렵 후 개울가에서 펼쳐지는 '어탕잔치'가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서구청 옆 어탕집에 자주 들렀으나, 그 집이 문을 닫은 후 '둥구리 어탕국수'로 옮겼다. 지금은 "어탕집에 가자"고 하면 모두 좋아한다. 특히 이동중 공보담당은 '어탕 마니아'다. 이 담당은 "거창에서 산행을 하고 어탕 맛을 본 후 그 기막힌 맛에 빠졌다"고 말한다.
'둥구리 어탕국수'는 벌써 입소문이 많이 났다. 그래서 손님들도 동네 사람들보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 많다. 어탕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맛국물의 비법에 달렸다. 둥구리 어탕국수 이주형(54) 사장은 "다시마와 다양한 채소, 파뿌리 등으로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맛을 낸다"며 "우리 집만의 특이한 비법이 또 있다"고 말한다.
둥구리의 어탕국수는 두 종류다. 잡어 어탕국수와 장어 어탕국수가 있다. 어탕의 경우 잔치국수, 칼국수, 수제비 등 다양한 종류로 주문할 수 있다. 여성 손님들은 칼국수와 수제비가 반반씩 들어 있는 '칼제비'를 즐긴다. 어탕국수는 큼지막한 냄비에 주방에서 절반쯤 끓여서 등장한다. 5분쯤 더 끓이면 구수한 냄새와 감칠맛 나는 양념 냄새가 어울려 침샘을 자극한다.
오늘은 칼국수 어탕국수다. 일반 칼국수보다 훨씬 더 넓적하게 썰어서 푸짐하게 넣었다. 부글부글 끓는 국물을 후~후 불어서 맛을 본다. 앗! 시원하고 얼큰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칼칼한 맛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에 부드럽게 목에 잘 넘어간다. 칼국수와 함께한 채소는 특이하게도 '상추'다. 생선살이 살짝살짝 혀끝에 감돌면서 살근살근 씹히는 상추는 색다른 느낌이다.
김경숙(43) 주무관은 "비린내가 날 것 같아 어탕을 싫어했는데, 이 집 어탕은 잘먹는다"고 말한다. 입맛에 따라 제피가루를 조금 넣으면 훨씬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루어 낚시를 즐기는 김영복(51)'이광호(47) 주무관은 "낚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탕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며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만들어 먹는 어탕 맛이 최고"라고 말한다. 사공 맹술(54) 주무관도 "주변의 사람들도 이 집을 추천할 정도로 맛을 인정받았다"고 말한다. 애주가인 윤 과장은 "어탕은 뭐니 뭐니 해도 술 먹은 후 속풀이 음식으로 최고"라고 말한다.
뜨끈한 어탕국수는 추운 날씨에도 땀이 나게 한다. 밑반찬은 비교적 단출하다. 하지만 어탕맛을 즐기느라 밑반찬에는 관심이 없다. 포만감으로 숟가락을 놓을 때쯤이면 "오늘 정말 잘 먹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입 안도 깔끔하다. 비린내 없이 뒤끝이 개운하다. 김영부(51) 주무관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어탕국수를 자주 찾게 된다"고 말한다.
둥구리 어탕국수와 수제비는 6천원(장어 어탕국수 8천원)이다. 메기 매운탕은 3만원(대) 2만원(소), 잡어 매운탕과 붕어찜은 5만원(대) 3만원(소), 메기찜은 4만원(대) 3만원(소)으로 4, 5명이 먹을 수 있다. 피라미조림은 2만원, 튀김(피라미, 미꾸라지)은 1만5천원이다. 이외에도 해물파전, 청량 부추전 등 안줏거리도 많다.
##추천 메뉴-피라미 튀김
어탕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입을 달래는 데는 튀김이 좋다. 미꾸라지 튀김은 맛보았으나 피라미 튀김은 어떤 맛일까?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 튀김을 주문한다.
주방에서 금방 튀겨져 나오는 노릇노릇한 모습을 보는 순간, 고소한 맛이 떠올라 빨리 맛보고 싶어진다. 튀김가루를 두툼하게 입힌 때문에 속 내용이 궁금하다. 큼지막한 놈 하나를 골라 간장에 찍어 맛을 보는 순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파삭파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생선살과 거북하지 않게 씹히는 잔뼈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고소한 맛에 이끌려 자꾸만 손이 간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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