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일본 대지진에서 배울 것은

입력 2011-03-17 07:49:24

1250년 전 통일 후 약 100년이 지나 국력이 최고조에 달한 신라는 불국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찰은 지진의 위험이 대단히 높은 경주 그 가운데서도 토함산 서측 산록에 들어설 계획이었기 때문에 건축을 책임진 김대성은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면서 내진기능이 완벽한 구조의 사찰을 완공하기 위해 다양한 건축 및 토목 공법을 살펴보았으나 큰 소득이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동아시아의 어느 국가도 내진설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발달된 전자정보기술로 우리는 실시간 화면으로 가공할 만한 규모의 자연현상을 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자극에 둔한 현대인들을 경악시켰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이 아니므로 곧 잊혀질 것이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그것이 아무리 무서운 것일지라도 환절기마다 겪는 감기보다 우리에게 덜 위험하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태평양판은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며 태평양판 아래로 섭입하려고 할 것이고, 이들 판 사이에 마찰력과 유라시아판의 중력이 만드는 항력은 섭입을 못하게 막으면서 수십 년 동안 에너지를 축적하며 변형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압축력이 항력보다 커지는 어느날 잠깐 동안 용수철이 튕기듯이 미끄러지면서 수십m를 이동하고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을 아비규환의 혼돈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지진 자체는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해일의 수위가 높아진다고 방파제를 무한정 높게 만들거나 원자력이 위험하므로 전기를 적게 사용할 것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런 혼돈이 지나가면 또 그 자리에서 삶을 지속할 것이므로 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지진으로부터 사람들이 상하는 것은 줄일 수 있다. 지진 관측자료에서 얻은 한반도의 가장 큰 지진은 규모 5.2이다. 대도시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대부분 건물은 파괴될 것이다.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 얼마나 되는지 그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오히려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취할 행동에 대해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건물의 복도나 도시의 공고판에 붙여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진에 대처하는 행동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성인들을 이끄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일상으로 생기는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교육을 하고 법률로 제어하지만 제대로 따르지 않는데, 10년에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지진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훈련에 누가 동참할 것인가. 그러므로 앞으로 50년을 내다보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동들부터 반복 훈련을 실시하여 기억시켜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도 일본의 매뉴얼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진환경에 맞게 흥미롭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효용성이 높은 방법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 남동부는 지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도를 펼치면 경북 영해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 직선의 구조가 보인다. 이들이 단층선이다. 이들 가운데 영해-안강-경주-언양-양산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과 울산과 경주를 연결하는 울산(불국사)단층은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지구역사의 가장 최근 200만 년 동안 운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지진은 대부분 단층선에서 발생한다. 이전에 운동한 적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1년에 평균 0.05㎜ 움직이므로 문제없다고 하면 곤란하다. 1만 년 동안 정지했다가 한번에 50㎝를 이동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 KTX 노선은 논외로 하자. 국가기관의 연구자들이 조사하여 입지를 정하였으므로 믿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시설의 입지를 결정한 과정을 돌에 새겨 자손만대까지 남겨두자. 마치 고대사 연구자들이 신라시대 금석문을 글자 한 자까지 곱씹으면서 분석하듯 우리 후손들도 이 시대를 살아간 조상들의 결정을 통해 과오를 줄일 수 있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김대성은 불국사를 만들면서 이 사찰을 영원히 후손들에게 남겨주리라 결심하였던 것 같다. 돌을 나무처럼 다루어 서로 단단히 걸어 두고, 돌을 길게 다듬어 촘촘하게 박아 지진에너지를 흡수하게 한다든지, 자연석 위에 놓이는 돌의 바닥을 깎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우리는 이 사찰이 조화롭고 균형잡힌 비례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만 생각하였는데, 기실 돌 하나하나에 과학적 계산이 숨어 있었다. 우리는 불국사 전면 석축에 마주하여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였는가 생각하고 경의를 표해야 한다. 이 시대 누가 천 년을 생각하고 구조물을 만드는가. 통일신라의 장인과 정치가들은 수천 년을 생각하고 무엇을 만들었다.

우리도 이제부터 천 년을 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가자. 유럽에 가면 수백 년 된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를 지나며 감탄하지 않는가. 백년대계는 너무 짧다. 수많은 김대성이 우리나라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황상일(경북대교수·지리학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