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다고 욕먹은 이가 있다. 물론 그 솔직함 앞에는 '너무'란 부사가 붙는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모습에 대중은 그녀를 '4차원' 심지어 '돌아이'라고까지 불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통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본업이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무대보다는 토크나 웃음을 만드는 곳에서 그녀를 자주 만났다. 솔비 얘기다.
"제가 굉장히 감성적이라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도 충분히 생각하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다만 제가 어렸기 때문에 제가 볼 수 있는 시야가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죠. 제 또래 아이들을 둘러보면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결국 저보다 넓은 시야를 가진, 수준이 높은 분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것이었죠."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솔비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한때 '안티 100만 양성자'라는 말까지 들었던 그녀였기에 아마도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란 상상을 해보게 됐다. 그녀의 말대로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이 심했겠다는 안쓰러움도 느껴졌다. 하지만 솔비는 오히려 당당했다.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솔비예요. 이런 말을 해서 멋지게 보여야지, 이런 행동을 해서 잘나게 보여야지란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냥 제 생각을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런 면에서 제 뜻이 왜곡돼 이해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었죠. 주위에서도 걱정 많이 했고요. 하지만 전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죠. '한 시대의 연예인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자'라고요."(웃음)
그녀는 말을 상당히 조리 있게 풀어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약간의 선입견을 가졌던 기자는 조리 있는 그녀와의 대화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껏 가졌던 별명이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솔비 역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또 목소리를 한 톤 높이며 맞장구를 쳤다.
"솔비 하면 '돌아이'니 '4차원'이니 하는데, 저는 절대 그런 캐릭터가 아니에요. 심지어 천재는 더더구나 아니고요. 제가 원래 죽어라 노력해야 일을 해내는 스타일이거든요. 다행히 부모님께 좋은 성격을 물려받아서 그동안 예능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평소에 제가 치열하게 노력했던 만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예전의 제 모습을 찾아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요."
그래서일까. 그녀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 나서는 연극 '이기동 체육관' 속 탁지선 캐릭터는 옷을 잘 빼입은 모습이다. 물론 저돌적이고, 막무가내 성격인 문제아 여학생이라는 설정이 그녀와 비슷할 수 있겠지만 실생활과 연기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에서 차이가 있듯이, 연기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가수 하면서 무대에 많이 올랐던 경험을 지금 연기하는 것에 대입시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또 극 중 캐릭터가 저와 실제로 비슷한 면이 있어 더 애착이 생깁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게 됐고요. 그래서 지선과 저를 하나로 보면서 제 안에 흡수시켰다고 할까요."(웃음)
즐기고 있었다. 솔비는 확실히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혹자가 행복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고 했는데, 솔비의 행복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그녀의 무대를 본 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격려를 보냈고, 후기에도 그녀의 연기에 대해 후한 평을 남긴 사람들이 많다.
솔비는 자신과 복싱은 참 비슷한 것이 많다고 말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대개 사람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유사한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세의 변화다. 솔비도 그런 모습이었다.
"복싱과 솔비, 글자 수도 같고, 엎어졌다 다시 일어선다는 면에서도 비슷하죠.(웃음) 원래 제가 땀을 쉽게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복싱 연습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어요. 뿌듯하더라고요. 그만큼 제가 열심히 했다는 것의 방증이니까요. 또 땀이란 것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도전하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는 것 아니겠어요. 복싱은, 나아가 '이기동 체육관'은 저를 재발견하게 해준 소중한 존재예요."
시종일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솔비를 보면서 마주 앉아 수다를 떨듯 얘기를 나누는 기자의 얼굴도 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다들 인지할 터. 그런 면에서 그녀는 아주 소중한 비법을 타고난 듯 보였다. 솔직히 부러웠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 될 듯하다.
"저는 가능하다면 언제까지나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요. 저를 보는 사람이 10명이 됐건, 100명이 됐건 그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요. 저를 보면서 그분들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가수도, 연기도, 또 예능도 다 할 거예요. '행복 전도사 솔비'의 모습도 나쁘지 않겠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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