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헌책방, 문화공간 변신…"관광명소 개발 가능성"

입력 2011-03-07 10:14:55

차 마시며 세미나·특강도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물레책방'에서 중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이달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건물. '물레책방'이라 적힌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100㎡(30평) 남짓한 공간에 원목탁자와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 벽을 가득 채운 벽장에는 이름표를 단 책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마치 개인 서재로 꾸며 놓은 듯했다.

주인 장우석(35) 씨가 '복합 헌책방'이라고 소개했다. "헌책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토론과 세미나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 대구 중구 동인동의 헌책방 '규장각'은 손님들에게 주인이 직접 책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 주인 박상균(63) 씨는 "단순히 책을 팔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전문서적 등 어려운 분야의 책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며 "앞으로 강연과 전문서적 분야로 특화해 책방을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헌책방들이 살 길을 찾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책 구입은 물론 문학 강의와 휴식처 등 복합 문화공간을 앞세워 책 애호가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대구의 헌책방은 시청 옆과 남문시장, 대구역네거리 지하차도 등 세 군데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70,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구에만 헌책방 150여 곳이 영업해 황금시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대다수 헌책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대째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있는 이성자(56) 씨는 "현재 대구의 헌책방은 20곳 남짓 남아 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운영이 너무 어렵다"고 한숨쉬었다.

50여 년째 제일서점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진예용(79) 씨는 "향촌동 거리나 진골목처럼 헌책방 골목도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소중한 근대 유산"이라며 "40, 50대를 대상으로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특화시킨다면 좋은 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진 씨의 말처럼 헌책방을 좋은 관광상품으로 만든 지자체도 많다. 부산의 경우 6·25전쟁 때 피란 온 사람들이 짊어지고 온 책을 파는 거리에서 시작된 부산시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명물 중 하나가 됐다. 한때 이곳도 극심한 침체기를 보냈지만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박물관과 다목적홀, 북카페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인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을 짓는 등 관광코스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부산 중구청도 2004년부터 매년 500만원을 지원해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인천의 경우 2009년 재정비사업지구에 포함된 배다리 마을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해 4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근대 역사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재)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장소가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인 만큼 헌책방 거리도 충분히 관광상품화가 가능하다"며 "가게 수를 늘리기보다 '이곳만의 특별함'을 부각시킬 경우 대구의 헌책방 골목도 관광명소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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