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가 뽑히니 사람이 몰리네요.'
동성로가 진화하고 있다. 중구청의 '걷기 좋은 거리' 사업 이후 노점상과 젓봇대가 사라지면서 쇼핑 거리에 다양한 놀이 공간과 다국점 음식점 등이 들어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4D입체 영화관.
"7번은 약해. 9번이 스릴 있고 재밌어." "아저씨 9번은 오전에 두 번이나 탔잖아요. 8번은 어때요?"
4D입체 영화관 슈퍼라이더 강성우(57) 대표와 꼬마 손님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오간다. 고사리 손으로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팸플릿을 살피던 아이들은 8번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한쪽 벽에 쳐져 있는 커튼을 젖히자 극장 스크린과 놀이공원에 있을 것 같은 라이더가 들어왔다. 3D 안경을 착용하고 안전바가 내려오자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괴성이 쏟아진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산 등이 입체적으로 휙휙 지나갔고 라이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1년 전 문을 연 이후 주말이면 아침부터 몰려드는 아이들과 가족 단위 손님들로 33㎡ 남짓한 내부가 온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강 씨는 "프로그램에 따라 스릴 강도가 달라 찾을 때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체험하려는 학생들이 몰리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동성로에 문을 연 놀이형 4D 영화관은 7곳에 이른다. 회전목마, 탬버린 등 놀이 동산의 전유물이었던 놀이기구도 동성로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백화점 인근에 들어설 실내 놀이동산은 700㎡ 규모로 4월 개점을 준비 중이다.
다국적 음식 열전도 불붙고 있다. 2009년 이후 미국, 이탈리아, 인도 음식점 등 8곳이 새로 문을 여는 등 16개국 20여 개 음식점들이 문을 열었다. 중구 삼덕소방서 주변에는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테라스가 널찍한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풍의 정통음식점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정지연(25·여·달서구 본리동) 씨는 "두 달 전 우연히 동성로 이탈리아 음식점에 친구와 들렀다 파스타 맛에 푹 빠져 자주 찾고 있다"고 했다.
대구 거주 외국인이 2만 명을 훌쩍 넘어선데다 신세대 입맛이 국제화되면서 다국적 음식점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동 인구가 늘면서 카페 형태로 매장을 꾸미고 휴식 공간을 만드는 등 차별화된 인테리어에 나서는 상점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동성로의 변신은 2008년부터 중구청이 전봇대를 뽑고 노점상을 철거한 뒤 각종 부대 시설을 설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동성로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동성로 공사가 마무리된 뒤 유동인구가 20∼30% 이상 증가했다"며 "젊은 사람 위주의 상권 속에 가족 단위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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