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개교 '민족정신 함양'…2010년 자사고 '글로벌 리더
'사립학교를 육성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永爲私學 涵養民族精神)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나라를 바로잡고(一人定邦國)
잘 교육받은 학생 한 사람이 동양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一人鎭東洋)'
이는 김천중·고 설립자인 최송설당 여사의 건학이념이다. 최송설당은 조선 마지막 궁중 여류시인으로 모든 재산을 송설학원에 남겨 오늘날 김천중·고를 있게 했다.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는 김천고에서는 3·1절에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입학식과 3·1절 기념식을 동시에 연 것이다. 학생·학부모·교사·동문 등이 한자리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 만세삼창을 하는 등 민족정신을 드높이는 의미 있는 입학식이었다.
나병률 교장은 "민족정신을 함양하라는 건학이념에 맞춰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3·1절 입학식은 김천고의 전통과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중·고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 인문계 고등보통학교로 설립, 오늘날 김천중·고로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이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민족정신을 지닌 창조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2009년 7월 경북 최초의 '자율형 사립고'로 재출범했다. 2010년도 1기생을 뽑고 올해 전국단위로 2기생을 모집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에서 154명, 김천에서 124명이 입학했다. 앞으로 김천고는 자사고 특성을 살려 학생들이 원하는 '방과 후 학교'와 인터넷·노트북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추구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학반 개설 등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으로 고교 졸업 후 바로 세계의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되는 등 글로벌 명문교로 자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석환(26회·동진기업 대표) 총동창회장은 "올해 개교 8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교가 자율형 사립고가 된 것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의 80년을 맞기 위해 동문들이 '송설장학회 기금 100억 달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학교 발전에 동창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문 4만여 명이 경향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고 장학기금 마련을 계기로 '송설인'이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며 "80년사 및 동창명부 발간 등에 모든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학창시절 추억
김천중·고 졸업생이면 한겨울에 러닝과 팬티만 입고 뛰는 '내한마라톤'에 대한 추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1934년 12월(겨울방학 일주일 전)에 실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송설만의 유서 깊은 행사다. 석성대(41회·김천시청) 동문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겼어도 대한의 젊은 건아들이 살아있음을 시민들에게 은연히 보여주기 위해 시작되었다"며 "튼튼한 체력에서 건전한 정신이 나온다는 의미로 매년 학생·교직원 및 동창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뒤편의 '송정'동산은 동문들의 꿈과 추억이 있는 곳. 이곳은 송설당의 집터와 묘가 자리하고 있다. 소풍 가고 글짓기, 그림 그리기, 야외 수업을 하던 곳으로 많은 동문들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대입 수능을 앞두고 재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간절한 마음으로 합격을 기원하는 장소다.
또한 지금은 아파트 빌딩 숲으로 변했지만 허허벌판이던 학교 앞의 단팥죽 가게, 길게 늘어선 자전거 보관소 등이 송설인들에겐 인상 깊은 추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박인기(32회) 경인교육대 교수는 "어려운 형편으로 점심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가 자존심 때문에 배고픈 것을 내색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도 모르게 매점 식권을 챙겨 배고픔을 달래 주던 선생님도 계셨다"며 "은사의 따뜻한 사랑을 떠올릴 때면, 늘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천중·고 재학 시 회고담을 담은 책 '송정의 환(幻)'을 이달 중 발간한다.
◆동창회 행사
김천중·고 동창회를 '송설총동창회'라 부른다. 여기도 설립자의 이름을 땄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총동창회 행사는 '동창회장기 쟁탈 기별 축구대회'다. 올해 33회째로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이날은 전국에서 모여든 동문·가족 등 3천여 명이 자리를 함께한다. 첫날에는 김천역 광장에서 동문맞이를 시작으로 은사님을 모시는 '사은의 밤'이 열리고 저녁에는 참가 동문들이 운동장에 모여 전야제로 가수를 초빙하고 노래·장기자랑으로 밤을 새운다. 축구대회 당일은 축구대회, 윷놀이, 족구, 배구, 육상, 줄다리기 등 각종 경기를 통해 선후배 간의 벽을 허물고 한마음 한뜻으로 진정한 '송설인'이 되는 날이다.
또 송설골프회에서는 총동창회장기 전국골프대회를 16회째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국 교교동창골프대회에 출전, 8강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송설산악회, 송설킹스야구단, 송설마라톤회, 송설테니스회, 송설축구회 등 동창회 산하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문들의 모교 사랑
(재)송설장학회는 2009년 12월 발족해 1년여 만에 38억 약정에 19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목표액은 100억원이다. 현재 동문 1인 1계좌(월 1만원) 갖기 운동을 펴고 있다. 장학회는 이렇게 마련된 기금으로 해마다 1억여원을 재학생 장학금으로 내놓아 학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동안 동창회는 개교 50주년에는 설립자 송설당 흉상을 세웠고 60주년에는 '60주년 기념비'를 건립해 애국심과 애교심을 고취시켰다. 또한 70주년에는 '송설역사관' 건립사업을 추진, 경북에서 가장 규모 있고 알찬 역사관으로 꾸며 주변 학교 체험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80년 역사가 말하듯 학계, 법조계, 경제계 등의 동문은 자진해 모교에서 특강을 해 주고 멘토링제도에 적극 동참, 재학생의 길잡이가 돼 이끌어 주고 있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80년 역사의 김천중·고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김선태 사무총장은 "정부가 고위공직 임용후보군으로 관리하는 국가인재DB에 수록된 각 분야 전문가의 출신고를 분석한 결과 전국 29위, 경북에서는 1위로 가장 많은 인재를 배출시켰다"고 자랑했다.
정·관계에는 정세영(4회)·박용만(7회) 전 국회의원, 박정수(15회) 전 국회의원·외무부장관, 한완상(19회)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박팔용(30회) 민선 김천시장, 이철우(38회) 제18대 국회의원, 임인배(38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등이 있다.
경제계는 이종대(15회) 한국제지공업연합회장, 박상호(17회) LG화학 회장, 유영식(21회) 동신제약 회장 등이 있고 법조계에는 이선중(7회)·정해창(20회) 법무부장관, 학계·언론계에는 이규석(11회) 국민대 총장, 김민하(17회) 중앙대 총장, 신우식(17회) 대한언론인회 회장, 배병휴(23회)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 등이 있으며 특히 군에는 김종호(16회) 전 해군참모총장에 이어 최근 이홍기(36회) 동문이 대장으로 승진, 제3야전군사령관으로 임명되는 등 많은 동문들이 군에서 조국의 영토를 지키고 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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