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육상선수권 50만명 관람·3억6천만명 TV시청 '와글와글'

입력 2011-03-04 08:52:20

축구 버금가는 유럽 육상 인기 비결

유럽에서 육상은 축구만은 못하지만 꽤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이다. 200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대회기간 내내 오후 경기 좌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하루 평균 5만5천 명, 대회 10일간 5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돼 독일육상연맹도 깜짝 놀랐다. 유럽 국가에 국한됐던 2010년 바르셀로나 유럽육상선수권대회 때도 하루 평균 3만8천 명, 대회 6일간 22만8천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그렇다면 육상이 유럽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선순환 구조

육상이 유럽에서 인기가 많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이유를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좋은 선수 및 성적, 투자, 중계 등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육상이 종합 스포츠의 최고봉인 올림픽의 대표적인 종목이라는 게 선순환 구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시작할 때부터 육상은 올림픽의 주 종목이었고, 올림픽이 유럽에서 자주 열리면서 유럽 국가들은 꾸준히 육상에 투자를 했다. 이 투자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고 육상선수권대회라는 단일 대회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유럽에 뛰어난 육상 선수가 많다 보니 이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 즐겁고, 선수 육성을 위한 시스템과 저변 확대도 잘 돼 있어 쉽게 육상을 접할 수 있는 등 선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육상이 인기 있다 보니 유럽에선 많은 육상 대회를 생중계하고 대회 중계가 많아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적극적인 지원

유럽 각국의 정부나 육상연맹, 글로벌 기업들의 육상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도 유럽에서 육상이 인기 있고 발전한 주된 이유다. 유럽에선 축구와 마찬가지로 육상도 오메가, 엡손 등 글로벌 기업 스폰서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다. 보리스 헨리 독일육상연맹 투척 감독은 "글로벌 기업들이 육상 후원사로 나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되면 얼마나 육상이 발전하고 인기를 끌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후원 기업도 적잖은 효과를 누린다"고 했다. 또 유럽에선 정부, 자치단체, 육상연맹이 훈련 장비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보리스 헨리 감독은 "독일에선 정부나 육상연맹이 선수들이나 각 훈련 캠프가 필요한 경비를 모두 지원한다"며 "또 붐 조성을 위해 선수들의 식습관 등 선수들의 얘기를 신문 등 기사로 실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기 척도는 중계 시청률

유럽에서 육상의 인기 정도는 육상 대회 방송 중계 시청자 수를 보면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육상선수권대회의 텔레비전 시청자는 3억6천800만 명이나 됐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육상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인데, 2010년 바르셀로나 대회의 경우 대회기간은 하루 더 짧았지만 2006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 때 3억4천만 명보다 시청자가 더 많았다. 텔레비전 중계 시간도 마찬가지다. 2010년 대회 때 76개 방송국에서 1천538시간을 중계해 2006년 대회 때의 1천425시간을 뛰어 넘었다. 이처럼 유럽에서 육상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자 유럽육상선수권대회를 4년이 아닌 2년마다 개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크리스티안 밀즈 유럽육상연맹 사무국장은 "육상 대회 개최 간격을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가 있는 것과 육상 대회가 다른 스포츠 종목들뿐 아니라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들과 경쟁하는 환경에서도 좋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 육상의 인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끊임없는 노력

유럽에선 현재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육상을 더욱 인기 스포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육상이 곧 생활'이라는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 시민, 특히 젊은층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젊은이들을 육상으로 흡수시키기 위해 창조적인 전략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유럽 각국의 육상연맹들과 협력해 더 많은 유럽인이 육상을 즐길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밀즈 사무국장은 "유럽에서 육상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 좋은 성적, 대회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 하루에 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통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유럽에서 육상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젊은이들이 육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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