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경기의 꽃은 흔히 100m 혹은 마라톤과 같은 단일종목을 꼽는다. 그러나 진정한 육상경기의 왕은 혼성경기의 승자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10종 경기(Decathlon)는 191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5회 올림픽 때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당시 우승자인 짐 도프(Jim Thorpe)는 스웨덴 왕 구스타브 5세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리며 10종 경기의 우승자야말로 육상경기 최후의 승자로 인식되었다.
혼성경기의 기원은 고대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완전한 인간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그런 인간을 기원전 708년부터 실시되던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레슬링으로 구성된 '고대 5종 경기'의 승자를 통해 찾으려 했다. 강을 뛰어넘어 맹수를 쫓고(멀리뛰기), 돌을 던져(원반던지기) 실패하면 뛰어 쫓아가서(달리기), 창을 던져 공격하고(창던지기), 맹수와 결투를 벌여(레슬링) 사냥에 성공하는 과정을 경기로 옮겨놓은 고대 5종 경기는 당시 최고의 인기종목으로서 레슬링을 제외하면 육상경기의 혼성경기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육상경기와는 별도로 실시되고 있는 근대 5종 경기도 이러한 육체적 완성과 정신적 조화를 달성하기 위해 고대 5종 경기에 바탕을 두고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강한 인내심과 감투정신, 스피드, 지구력을 겨루는 경기로서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고안하였다.
1952년 고안된 10종 경기 채점표는 인류의 한계로 간주되는 기록을 1천500점 기준으로 채점하였으나 그 후 최고기록을 돌파하는 선수가 나타나는 모순이 발생하자 1964년부터 종목별 상위 25명의 평균기록을 1천 점으로 기준해 가감하는 방식으로 공인 적용하고 있다. 트랙 4종목과 필드 6종목 10종목을 2일 동안 겨루어 각 종목의 성적을 채점표에 의해 점수로 환산, 합계점이 많은 선수가 상위가 된다. 경기는 첫날 100m·멀리뛰기·포환던지기·높이뛰기·400m, 다음날 110m허들·원반던지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1,500m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른 대부분의 육상경기 종목이 특이성에 의한 하나의 세부적인 체력이 요구되는 데 반해 10종 경기는 스피드, 순발력, 도약력, 기술 및 지구력 등 모든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여자는 제18회 올림픽 때 5종 경기(멀리뛰기·창던지기·200m 달리기·원반던지기·1,500m 달리기)로 출발했으며 1981년 7종 경기(100m허들·포환던지기·높이뛰기·200m·멀리뛰기·창던지기·800m)로 확대되었다. 여자 경기는 첫날 100m 허들·높이뛰기·포환던지기·200m 달리기, 둘째 날 멀리뛰기·창던지기·800m 달리기 순으로 실시된다. 1종목이라도 실시하지 않으면 기권으로 처리돼 초인적 능력을 요구한다. 남자 세계기록 보유자는 체코의 로만 세블레(Roman Sebrle)이며, 미국의 댄 오브라이언(Dan O'Brien)과 체코의 드보락(Tomas Dvorak)은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차지한 바 있다. 여자선수로는 미국의 재키 조이너-커시(Jackie Joyner-Kerse)가 서울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연이어 제패했다. 스웨덴의 카롤리나 클루프트(Carolina Kluft)는 24회 아테네 올림픽 우승과 함께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