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보다 '클릭'?…사건 처리 경찰 못 믿겠다

입력 2011-02-23 10:22:21

대구도 인터넷 호소 늘어

이달 초 남자친구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딸의 시신에 외상 흔적이 뚜렷한데도 경찰이 자살로 몰고 가려 한다는 부모의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랐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결국 서울경찰청은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극심하다. 이 때문에 '수사 이의 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 요구와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지나친 참견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 불만 글에 댓글=이달 15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한 네티즌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는 증거자료가 은폐돼 억울하다"는 글을 올리자 수많은 네티즌이 댓글을 달며 인터넷을 달궜다. 네티즌이 올린 글에 따르면 2008년 8월 24일 오후 10시쯤 대구시 중구 하서동 S은행 앞 도로에서 L(14) 군과 K(14) 군, P(14) 양 등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인도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을 들이받아 L군이 사망하고 K군과 P양은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대구 중부경찰서는 L군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중심을 잃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대구지검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이에 대해 L군 가족은 "아들은 운전도 못하고 오토바이도 없다. 게다가 CCTV 보전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없다고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검증도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1주일도 안 돼 조회 수가 7만2천 건에 육박했다. 네티즌들은 '재수사해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경찰의 증거 은폐 가능성이 있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결국 글 게시 이틀 만인 17일 중부경찰서는 인터넷에 'CCTV 영상자료는 CD로 저장해 두었으며 정보공개청구 시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국과수 현장검증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 식별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했지만 오토바이 탑승자들의 의류가 모두 타버려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라는 해명글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달 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아버지가 실종됐는데 남양주경찰서가 도와주질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자 3만8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뒤늦게 경기도 남양주경찰서장이 직접 "3개 팀을 배정해 수사 상황을 가족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겠다"는 답글을 올렸다.

◆인터넷 신문고 대체 필요=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함바집(공사현장식당) 비리사건 등을 겪으면서 시민들이 경찰을 불신하게 됐고 이런 불신이 개개인의 사건에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또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약자 편을 드는 경향이 있어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글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종의 '인터넷 신문고'가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사 이의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이성용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이의 신청제도가 있음에도 인터넷을 통한 호소가 많은 만큼 옴부즈맨 제도와 같이 다른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또 여론에 이끌려 재수사를 하게 되면 결국 행정력 낭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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