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과학자들이 그러했듯, 그도 괴짜였다. 쑥대머리에 뭐든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행동도 예측불가였다. 월리스 캐러더스(1896~1937)는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였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나일론(nylon)과 합성고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품고 있었고 우울해 했다.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다 월급을 2배 더 주겠다는 설득에 못 이겨 듀폰사로 옮겼다. 실험에 목숨을 거는 다른 화학자와는 달리, 이론을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 "실험의 95%는 연필과 종이로 가능하다"며 도서관에서 지냈다. 나일론과 합성고무도 그의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이다.
어느 날 석탄, 물, 공기를 원료로 뿌연 액체 덩어리를 만들었는데 누구도 그 진가를 몰랐다. 조수 중 한 명이 덩어리를 가열해 녹인 후 핀셋으로 뽑아 보니 강한 실 모양이 됐다. 1937년 오늘, 나일론의 특허가 출연됐고 두 달 후 비운의 발명가는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서 갖고 다니던 청산가리를 마셨다. 우울증이 도진 때문이다. 나일론은 여성 스타킹부터 낙하산 줄까지 최고 히트품이 됐지만, 발명가는 그 영광을 함께하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졌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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