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장비 10대 미만…염화칼슘 모자라 아껴서 뿌리기도
"여기 모래 좀 더 뿌려요. 저기도 제설작업이 덜 됐네."
14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앞 도로. 파란색 포터 차량 위에 설치된 살포기에서 나온 모래가 눈 쌓인 도로 위에 흩어졌다. 인근 주택가에는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오전부터 대구를 뒤덮은 눈 때문에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제설작업에 동원됐다. 하지만 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눈이 아니라 제설장비와 제설재 부족이었다.
대구 북구청의 경우 제설작업을 위해 확보한 살포기는 5대, 제설기는 2대뿐이다. 대구 각 구·군 가운데 달성군청을 제외하면 제설기를 10대 이상 보유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표 참조)
게다가 전국이 '눈 폭탄'을 동시다발로 맞으면서 제설재인 염화칼슘 물량이 달리는 바람에 염화칼슘 확보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염화칼슘에 소금과 모래를 섞어 도로에 뿌리는 임시방편도 동원되고 있다. 북구청 건설과 송창호 담당은 "확보한 물량을 아껴쓰기 위해 염화칼슘과 함께 모래와 소금을 섞어서 쓴다"고 했다.
북구청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염화칼슘 25㎏(소금 포함) 800포를 사용했다. 구청이 확보하고 있는 3천 포 중 27%를 하루에 쓴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3, 4℃까지는 소금과 염화칼슘의 효과가 비슷하지만 이보다 기온이 떨어지면 염화칼슘이 더 효과적"이라며 "14일 같은 눈이 두 번만 더 오면 보유 물량이 바닥난다. 더는 눈이 안 오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각 구·군의회가 제정한 '내집 앞 눈치우기 조례'도 허울뿐이다. 이날 북구 침산동 일대에서 제설작업을 했던 공무원 윤모(46) 씨는 "2시간 넘게 플라스틱 삽으로 눈을 치우다 보니 손발이 꽁꽁 얼어 터질 지경이다. 자신의 집앞 눈만 치우더라도 한결 소통이 쉬워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좀처럼 눈 구경하기 힘든 대구에 이날 폭설이 내리자 대구시도 조급해졌다. 시는 11일 폭설이 덮친 포항에 제설기 8대를 빌려줄 정도로 눈에 대해서만큼은 배짱이 두둑했지만 14일 폭설로 사정이 변한 것.
빌려준 제설기를 이틀 만에 되돌려받았으며, 시가 보유하고 있는 염화칼슘(25㎏)도 전체 3만9천 포 중 이날 하루 동안 8천800포를 썼다. 염화칼슘 수용액은 전체 90t 중에 15t을 사용했다.
대구시청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대구에 폭설이 내리는 일이 잦다. 올해는 살포기 14대와 제설기 5대 등 총 19대의 제설 장비를 새로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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