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생 위인전에 한 발레리나의 생애가 담담하게 그려진 것을 보고 적잖게 놀란 적이 있다. 20세기 초 최고 발레리나였던 안나 파블로바(1881~1931)가 주인공이다.
1881년 오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살았다. 10살 때 '제국발레학교'에 입학하면서 굶주림을 겨우 면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데뷔 직후 하늘을 날지 못하자 처절하게 날갯짓하는 '빈사(죽어가는)의 백조'로 관객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다. 그 애절함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했다. "기술보다 감정 표현을 못 하면 기계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연습에 매달린 결과였다. 한밤중에도, 불 꺼진 무대에서도 홀로 춤췄다고 하니 현재 독일에서 활약하는 강수진의 원조 격이다.
33살 때 파리에서 무용단을 조직해 전 세계 순회공연을 다녔다.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미국, 중남미, 일본 등을 찾았다. 천장에 비가 새거나 습기 찬 지하실에서도 공연했다. 발레를 부르주아 예술에서 서민 예술로 끌어내린 것이다. 네덜란드 불우 아동을 위한 공연 직전, 폐렴에 걸렸고 "백조 의상을 준비해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귀여운 얼굴과 가녀린 몸매의 발레리나는 그렇게 갔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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